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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마법②]상업성과 사회적 책무 사이…균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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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마법②]상업성과 사회적 책무 사이…균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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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2018)’에서 바넬로피는 디즈니 공주들을 만난다. 자신을 공주라고 소개하자 질문이 쏟아진다. “마법 머리카락은 있니?” “마법 손은?” “동물들이 너한테 말을 거니?” 고개를 가로젓는 바넬로피에게 라푼젤이 다가와 묻는다. “사람들이 너의 문제를 크고 힘 센 남자가 나타나서 다 해결해줬다고 생각하니?”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에게는 공주의 기준일 수 있다. 하나같이 부모의 부재 등으로 위험에 빠지고, 백마 탄 왕자들이 나타나 구해준다.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등 1990년대에 탄생한 공주들은 조금 다르다.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피부도 하얗지 않다. 제각각 문화적 다양성을 흡수해 여성 중심 애니메이션에 변화를 일으켰다.

‘겨울왕국’ 시리즈의 엘사와 안나도 이들 못지않다. ‘겨울왕국2’ 포스터 부제는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운명을 만나다.’ 그만큼 매사 씩씩하고 굳세다. 외모는 1990년대 이전 공주들에 더 가깝다. 피부는 하얗고 체구는 깡말랐다. 눈도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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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이 반영된 외형이다.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은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보다 회자되지 않는다. 세상의 인식이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디즈니 공주로 후자를 떠올린다. 물론 안나와 엘사는 이들보다 훨씬 능동적이다. 상업성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균형이 맞춰졌다.


사회적 책무는 이야기에서도 감지된다. 제니퍼 리 감독은 25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자매는 싸운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다. 합심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엘사에 대한 세계적인 사랑 덕에 여성 캐릭터의 힘으로 영화를 진행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런 콘셉트와 스토리가 시대와 맞물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의 내용은 진보적이다. 엘사와 안나는 자연재해가 발생한 아렌델 왕국을 구하기 위해 마법의 숲으로 향한다. 조상들의 잔혹한 과거를 마주하고, 혼잡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날은 미국의 기원을 가리킨다. 유럽의 제국주의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위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했다. 아렌델 왕국이 평화의 선물로 댐을 지어주며 화합을 내세우듯 달콤한 말로 인디언들을 구슬리며 침략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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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하비는 “현대 자본주의는 약탈에 의한 축적”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사람의 노동으로 만들어낸 가치를 기득권 세력만 챙기는 현상은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 공유재로 남아야 마땅하나 매번 ‘사유재산의 절대성’이라는 신화로 정당화된다.


아렌델 왕국은 하천 흐름을 막아 저수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댐(Dam)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는 자연파괴와 재난의 원흉으로 드러나 ‘천벌을 내리다’라는 뜻의 영단어 ‘Damn’으로 읽힌다. 높은 장벽은 이민족을 배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가리킨다. 진실을 직시하고 반성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는 엘사·안나 자매와 대조를 이룬다.


리 감독은 다소 심오한 서사에 대해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동화 중에는 ‘피노키오’, ‘점보’처럼 무거운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걸 배우게 될 것”이라며 “캐릭터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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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향이다. 지난 5월 개봉한 ‘알라딘’의 자스민은 원작보다 한층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극 후반 흘러나오는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원작에 없던 노래다. 자스민의 변화한 성격을 반영해 여성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6월 ‘토이 스토리4’에서 보핍도 현실에 안주하는 여성에서 탈피했다. 우디를 구해주고 새로운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로 성장했다.


엘사와 안나 또한 운명이 닥쳐오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보편적이고 바람직한 정서를 충실히 따른다. 리 감독은 “안나와 엘사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아렌델 왕국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여성이고 결함도 있지만 진실된 면모를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풍부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캐릭터를 개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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