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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작품에 빠져…다시 태어난 빛, 양천(陽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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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백남준' 이이남 작가
정선 재해석 '빛의 조우'展

이이남 작가의 '겸재정선 고흐를 만나다' / 서울식물원 제공

이이남 작가의 '겸재정선 고흐를 만나다' / 서울식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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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이이남 작가가 지난 21일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에서 열린 '빛의 조우'전 개막식에서 신작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 앞에 서 있다. 오상도 기자 sdoh@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이이남 작가가 지난 21일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에서 열린 '빛의 조우'전 개막식에서 신작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 앞에 서 있다. 오상도 기자 s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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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마치 이 전시를 위해 준비된 듯 '마곡문화관'이라는 장소의 매력과 역사성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겸재 정선이 65세부터 현령을 지내며 강서 지역 승경을 역작으로 남긴 곳이기도 하죠."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50)가 정선을 재해석한 6점의 작품을 내걸고 내년 4월19일까지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에서 '빛의 조우'전을 이어간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평소 그가 천착해온 빛(Light)이란 소재를 정선의 고전과 짝지은 것이다. 정선은 1740~1745년 지금의 강서구인 양천현의 현령으로 일하며 '양천팔경첩'과 '경교명승첩'을 남겼다. 이 작가도 정선의 작품을 여러 차례 소재로 차용해온 인연이 있다. 마곡문화관 관계자는 "정선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지역 역사와 연계해 전시를 풀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1일 마곡문화관에서 마주한 이 작가는 소탈한 모습이었다. 국내 미술ㆍ전시 분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개막식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도 읽혔다. 그는 "식물은 전혀 모르지만 이런 공간이 있다는 데 놀랐다"며 "같은 의미의 생각이라도 여러 조합을 거쳐 새로운 해석을 다는 게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이남 작가의 '그곳에 가고 싶다' / 서울식물원 제공

이이남 작가의 '그곳에 가고 싶다' / 서울식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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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배수펌프장
건물 벽면 8폭으로 나뉘어
정선 팔경첩 묘사에 적합"

"마곡문화관이라는 공간을 해석하고 작품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할 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표현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면서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작품 등 여러 실험을 거쳐 '제한' '규정' 등 현대미술과 고전의 괴리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영상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아티스트로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 미술총감독,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 개회식 미디어아트 감독을 역임했다. 영국 테이트모던과 폰토니갤러리, 스위스 리트베르크뮤지엄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선 '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전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그가 다소 낯선 마곡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서울식물원에서 전시를 제안했을 때 이 공간이 무척 궁금했어요. 일제 시대 배수펌프장으로 쓰이던 국내 유일의 현존 건물이잖아요. 건물 벽면이 8폭으로 정확히 나뉘는 등 정선의 팔경첩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다시 태어난 빛, 양천'은 이렇게 태어났다. 햇빛이 잘 들고 물이 맑은 고장을 뜻하는 '양천', 나루터가 있던 어촌 '마곡', 꽃이 활짝 핀 모양의 '개화산'이 모두 그의 작품에 녹아들었다.

마곡문화관 / 서울식물원 제공

마곡문화관 / 서울식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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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각예술에서 탈피해 빛과 음극선으로 리듬감 있게 이미지를 구현하고 그 안에 시간성과 서사를 담았다. 바로 옆 작품 '박연폭포(2017)'에선 갈 수 없는 곳의 향수를 대형 모니터로 표현했다. '인왕제색도-사계(2009)'는 인왕산의 사계절을 찬찬히 바라보게 한다. '겸재 정선 고흐를 만나다(2014)'와 '그곳에 가고 싶다(2010)'는 동서양의 유명 작품을 엮어 관람객을 새로운 공간으로 데려간다.


고전을 소재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추구하고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교감해온 작가는 이곳에서도 이미 시공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 작가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 차이와 깊이가 다른 만큼 그동안 재해석 작업을 하면서 무엇을 단정 짓기 어려웠다"며 "일제 시대 투박한 건물의 원형을 보존한 마곡문화관에서 마치 산을 오르듯 이곳저곳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하면 색다른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8일에는 이곳에서 이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기획전을 준비하며 품었던 소회 등을 밝히고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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