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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채식만 하고 싶다" 軍 비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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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방부 장관 상대로 '군대서 채식 보장' 진정서
시민들, 채식 권리 보장 갑론을박

"군대서 채식만 하고 싶다" 軍 비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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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시민단체들이 군대 내 단체 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군대는 단체 생활인 만큼 각각 개인의 모든 주장을 받아줄 수 없다는 의견과, 채식주의자(vegan·비건)들은 개인의 단순 주장이 아닌 일종의 신념이자 생존권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비건은 적극적인 의미의 채식주의자로 동물성 제품 섭취도 자제할 뿐만 아니라 동물성 재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녹색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동물권행동 카라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군 입대를 앞둔 진정인 4명과 함께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자 양심"이라며 "채식선택권 보장은 채식인들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양심의 자유 등과 결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입대를 앞둔 진정인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입대를 앞둔 진정인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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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육류를 먹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28일 식단 중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하나만 먹을 수 있고,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으며 1.6일은 굶어야 한다. 이틀은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내년 초 입대를 앞둔 진정인 A 씨는 "군 복무 기간 채식주의를 실천했던 군인들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훈련을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 우울증에 고통스러워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군대서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B 씨는 "군 생활은 결국 단체생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질병 등 이유로 불가피하게 개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면 단체 생활 규정 그대로 군 생활을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C 씨는 "채식주의자들이 채식만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런 주장을 펼치는 곳이 군대 아닌가, 군대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도 수행하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생활도 익히는 곳이다. 너무 앞서 나가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관련해 육군훈련소 11월 식단표를 보면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쌀밥'이 전부다. 비건 입장에서는 사실상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없는 셈이다.


물론 야채인 농산물도 반찬의 일부로 제공되고 있지만 온전한 야채 상태로 제공되는 상황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각종 양념으로 어우러진 밑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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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군 급식에 대해 비건은 할 말이 많은 입장이다. 20대 채식주의자 김모 씨는 "비건들 입장에서 동물성 식품 섭취는 상당히 괴로운 것이 맞다"면서 "먹고 사는 문제,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현재 군 식단에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 및 성분 표기만 있고, 동물성 식품은 따로 표기돼 있지 않다. 채식주의자들 입장에서는 아예 군 급식을 먹지 못하거나 생존을 위해 음식들을 골라내서 먹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채식주의자들의 군 급식 메뉴 조정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나라의 경우 이른바 '비건 식단'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병제인 미국의 경우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량을 따로 배급한다.


△징병제인 핀란드의 경우 비건들을 위한 식단과 일반식을 모두 제공한다. △같은 징병제인 이스라엘의 경우 2015년부터 채식 배급을 도입하고, 이들을 위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전투병을 위한 채식도 배급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비채식주의자들은 이들(비건)에 대해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는 목소리도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채식은 자신의 신념과 연관이 있다"면서 "채식이냐 아니냐 이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한번 들여다볼 문제라고 충분히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가 이들의 진정을 심사하는 데는 최대 1년이 걸릴 예정이다. 관련해 군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들의 진정을 인권위가 받아들여 군에 권고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해 녹색당은 채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 '모든 공공 급식에서의 채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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