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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술 안마신 모습 동영상 보낸 음주뺑소니… 법정서 박수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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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치유 법원 프로그램 적용 사건
검찰, 이례적으로 "적절한 형 선고해달라"
피고인 "술 없이 사는 일상… 변화 느껴"

매일밤 술 안마신 모습 동영상 보낸 음주뺑소니… 법정서 박수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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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8월말 음주 뺑소니를 한 뒤 측정도 거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허모(34)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직권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보증금도 없었다. 다만 밤 10시 귀가, 석달간 금주를 조건으로 걸었다. 그러면서 허씨에게 매일 밤 10시 술을 마시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게 했다.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허씨는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했다.


8일 허씨가 다시 법정에 섰다. 보석 석방된 뒤 78일 되는 시점이었다. 이날은 그의 결심공판이 예정된 날이었다. 허씨 차림은 수의복이 아니었다. 재판부가 내건 조건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허씨는 보석 석방 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자신의 저녁 일상을 담은 동영상과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계 화면을 비추면서 시작하는 동영상에는 허씨가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하는 모습, 어린 두 자녀와 노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날 법정에서는 그동안 허씨가 올린 동영상 일부가 상영됐다.


허씨는 "매일 퇴근 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미술놀이를 하는 등 즐겁게 지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다시는 술로 인해 무책임한 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금주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는 일상을 보며 큰 변화를 느꼈다"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앞으로 삶을 변화시켜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성실히 프로그램을 이행해 온 것을 칭찬하고, 선고기일까지 남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달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 말에 법정 안에는 박수 소리가 울려퍼졌다. 허씨를 향해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정 부장판사가 허씨를 보석 석방하고 매일 밤 술을 마시지 않은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라고 한 시도는 '치유 법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치유 법원 프로그램은 형벌에 초점을 맞춘 단순 형사 재판이 아니라 재범률을 낮추고 교화에 목적을 둬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법부가 도와준다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는 허씨에게 시범 성격으로 첫 시도됐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형량을 재판부에 요청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판단된다"며 "이 정상을 반영해 재판부가 적절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다만 검찰은 "이미 몇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했다가 경찰관의 측정 요구에도 불응하는 등 이 사안은 가볍지 않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한달여 더 허씨의 경과를 지켜보고 다음달 4일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법원은 이번에 시범적으로 시도한 법원 치유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비슷한 다른 사건에도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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