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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허스토리⑧]"무조건 참는 인내보다 '회복탄력성'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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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입지전적 1세대 여성리더..."기회는 준비됐을 때 오지 않아"
"100% 완전충전되지 않더라도, 도전이 오면 응전하고 채워나가라"
관리자, CEO 볼때마다 '나라면...'이라 생각하며 리더십 노트 만들어
여성들, '조력의 네트워크' 활용해야...네트워킹 능력 함양해야
일과 가정양립, 여성 개인만의 문제 아니야...사회적 제도적 뒷받침 필요

[2019허스토리⑧]"무조건 참는 인내보다 '회복탄력성'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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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인내'보다 '회복'이 중요합니다.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티지 말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재빨리 본 위치로 돌아오는 탄성, 새롭게 스스로 환기할 줄 아는 회복력을 여성 후배들이 가졌으면 합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사진)가 여성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는 단순명쾌했다. 무작정 견디면서 무너지지 마라는 것, 도전이 오면 응전(應戰)하라는 것, 그리고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라는 것. 인내가 '현재'에 방점을 찍었다면 회복은 '미래'를 비춘다. 빠른 회복력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이자 기회이다.

IT업계에서 30년. 사원에서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기회는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오지 않았다. "기회를 내가 만드는게 아니라 주어지는 거니까, 당연히 준비됐을 때 오는 게 아닙니다." 권 대표는 "내가 99.99% 무르익지 않았더라도, 내가 100% 충전된 완충(完充) 상태가 아니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나에게 베팅해,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맞닥뜨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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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준비됐을 때 오지 않는다 = 1986년 대우통신 대졸 여사원 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인텔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첫번째 이직을 했다. 당시 인텔코리아는 10명 안팎의 작은 조직이었지만 성장 가능성이 커보였다. '나의 가치와 브랜드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텔에 둥지를 틀고선 3년마다 직무를 바꿨다. 리테일 마케팅을 하다, 일이 익숙해지면 OEM 마케팅으로 옮겨갔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하고싶어서였다. CEO가 오거나, 임원들이 어려운 의사결정 상황에 놓였을 때는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대입했다. 닮고 싶은 리더가 있으면, 세심하게 관찰해 수첩에 기록했다. 그러던 와중에 '마케팅 본부장' 직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상사에게 먼저 면담을 신청했다. "내가 된다면 이렇게 해보고 싶다. 나도 고려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열의와 추진력, 전문성을 인정받아 1999년 인텔코리아의 첫 여성 마케팅본부장 자리에 오른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제게 왔던 많은 기회가 내가 준비됐을 때 라기보다는, 우연히 찾아왔었어요. 기회가 찾아올 때 생각해봐야 하는 건 내가 100% 충전된 배터리처럼 완전히 그 직(織)에 맞느냐가 아니라고 봐요. 70%, 60%만 충족한다하더라도, 나머지는 내가 끊임없이 발전해서 채워나간다고 생각하고, 도전을 받아들이고, 긴 호흡으로 노력해나가는 자세입니다." 그런 신념으로 2011년 또 한번 도전을 택했다. 인텔에서 영업 담당 상무로 인정받던 시기, 삼성SDI 소형전지 마케팅 상무로 과감히 자리를 옮겼다. 삼성 내 여성 임원이 드물던 시기였다. "사업분야가 달랐지만, 더 경쟁력을 갖추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더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옮겼죠." 결과적으로 삼성에서의 4년은 그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다. '조금만 실수해도 1위를 빼앗긴다'는 치열함과 절박함을 배워서 2015년 인텔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인텔코리아 대표직과 본사 부사장 직함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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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두려움극복, 네트워킹 = '회복탄력성(resilience)', '두려움을 모르는(fearless)'. '네트워킹(networking)'. 권명숙 대표에게 여성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세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우리 인생이나 직업의 여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에요. 뛰다보면 당연히 숨이 가쁘고 힘든 순간이 오는데, 그 때 무조건 주먹을 꽉 쥐고 참는다기 보다는, 빠르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이 더 중요합니다." 권 대표는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해 감사일기를 써볼 수도 있고, 스포츠나 종교활동을 할수도 있다면서 "나도 어려운 의사결정을 앞두고는 먼산을 바라보면서 환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그런 방식으로 길고 긴 커리어를 유지해나가는 동안, 당연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earless 도 그가 자주 쓰는 단어다.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기보다 두려움에 직면해 돌파해나는 것'이 그의 사전에 들어있는 fearless의 뜻이다. "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지속성장이고,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선 주주, 직원, 파트너사 모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엔 다양한 암초가 있을 수 있죠. 그럴 때마다 지속적인 성장의 방법을 찾고, 두려움을 넘어서고 돌파해나가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트워킹은 권 대표가 꼽는 여성에게 중요한, 하지만 많은 여성이 놓치고 있는 덕목이다. "차세대 여성 리더들이 '나'란 생각보다 '우리'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조력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데, 사실 여성들이 지금도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지만 네트워킹 측면에선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 회사에 헌신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방법이 없을 때는 밖의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그럴 때 조력의 네트워크는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관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우리'가 함께 도와주고 끌어주는 경험을 여성들이 많이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권명숙 대표는 IT업계 1세대 여성리더로서 여성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최근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과 손잡고, 경력단절여성, 이공계 희망 여성을 전문인력으로 키우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는 무엇보다 차세대 여성리더에 대한 사회적 요구, 여성의 일-가정양립문제 같은 것들이 사회적 뒷받침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개인 혼자 일과 가정의 양립과 균형을 맞추는 건 어려워요. 가족과 사회, 제도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일을 함으로 인해서, 아이 운동회에 못가거나, 숙제를 못해주더라도,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직장선배 혹은 인생선배로서 멘토가 돼 줄 수 있는 것 처럼, 모든 가정의 문제를 1:1 매칭으로 여성 개인이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이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은 배우자나 가족, 혹은 사회나 제도에게 맡기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희생'이나 '포기'라는 단어를 배우기보다 스스로 일과, 가정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는


1986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대우통신 입사

1988년 인텔코리아 입사

1999년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BA

1999년~2005년 인텔코리아 마케팅 상무

2005년~2011년 인텔코리아 영업 전무

2011년~2015년 삼성SDI 소형전지 마케팅 상무

2015년 3월~ ㈜인텔코리아 사장 / 인텔 본사 영업마케팅그룹 부사장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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