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에 '페론주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좌파 정권이 복귀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연합 '모두의전선' 소속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60)가 친기업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60)를 꺾고 득표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약 70%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후보의 득표율은 47.2%로 마크리 현 대통령(41.4%)을 5%포인트 이상 앞섰다.
현 상태라면 페르난데스 후보는 2차 투표 없이 오는 12월10일 4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무난히 취임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상대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11월 24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번 대선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치러지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좌파 정권의 귀환은 페소화 가치 하락, 높은 물가, 긴축 재정 등으로 반발한 서민층의 심판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마크리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지난 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며 대대적인 긴축에 돌입한 후, 현지에서는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하는 각종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외국 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등 소위 ‘페론주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페르난데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2007~2015)도 정치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지난 8월 지지율 1.5%미만의 후보를 추려내기 위한 대선 예비선거에서도 페르난데스 후보는 마크리 대통령을 15%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르헨티나식 대규모 포퓰리즘을 의미하는 '페로니즘' 부활 우려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8월 예비 대선 직후 증시·환율·채권이 ‘트리플 약세’를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후보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직후 시장친화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컨설팅회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지메나 블랑코는 "마크리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은, 페르난데스 후보에게 너무 좌파 정책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금요일은 일본인만 입장"…쏟아지는 韓 관광객 달...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