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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밀레니얼 세대와 뉴욕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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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요즘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핫 플레이스는 '허드슨야드(Hudson Yards)'다. 맨해튼 미드타운 서쪽 허드슨강변의 낡은 철도 기지, 공터를 재개발한 곳이다. 항구 인근의 옛 고가 철로를 개조해 만든 '하이라인 파크'를 따라 걷다 보면 벌집 모양으로 설계돼 독특한 외관과 구조로 유명한 베슬(vessel)부터 눈에 들어온다.


베슬을 포함한 허드슨야드는 고급 아파트, 공연 예술 공간, 쇼핑센터, 업무 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부동산 개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도심 오피스와 교외 주택가를 오가던 미국인들의 생활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구성이나 기술 발달 등 사회 변화에 대한 파악은 부동산 투자의 성패를 가른다. 미국의 인구 구성도 한국과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한창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가 학창 시절을 마치고 합류하게 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은퇴자 주택 수요, 1인 가구 증가, 기숙사 수요 등으로 임대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2000년대 초반 60%대 후반이던 미국의 주택 보유율은 6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주택 임대비는 연평균 5% 안팎씩 상승하고 있다.


IT,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기술의 발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온라인 상거래의 발달이다. 미국 내 온라인 상거래의 점유율은 지난해 10%를 돌파해 3~4년 내 1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시장도 이전에 없던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말 뉴욕시는 소매업체들이 주로 입주하는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2007년 4%에서 2017년 5.8%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업종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헤어숍이나 식당 등 개인서비스업소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50~65%가량 늘어난 반면 의류 등 전통적 소매업체는 19%나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몰업체들은 1일 배송 보편화로 대도시 인근에 물류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전체 비용 중 운송(50.3%), 보관(21.8%), 하역(9.5%) 등 물류 비용만 80%에 이르는 반면 창고 임대료의 비중은 5% 이하에 불과해 물류 비용 절감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뉴욕의 경우 2024년 기준 물류 시설 수요는 1097만제곱피트(약 102만㎡)에 달하지만 공급 면적은 362만제곱피트(약 33만6000㎡)에 그친다. 자연히 임대료는 오르고 투자도 몰리고 있다. 지난 6월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187억달러(약 21조9100억원)를 들여 GLP 소유 창고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복층 물류 시설 건설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에서 이미 3개가 건설되고 있고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 주변에서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기존 쇼핑센터나 상업용 부동산 내부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반 소매ㆍ의류 점포 대신 체험ㆍ체류형 점포, 즉 헬스ㆍ피트니스점, 식당ㆍ바 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차장을 줄이는 대신 아파트를 짓고, 병원 등 복합 시설로 탈바꿈하는 곳도 많다.


도심의 대형 오피스들도 젊은 회사원들의 선호, 협업 문화 확산 등을 반영해 1인당 면적을 줄이고 회의실 공간을 넓히고 있다. 층고를 높여 채광과 개방감을 확대하는 한편 생활, 놀이, 주거 공간과 복합 개발하는 추세다. 마천루가 즐비한 맨해튼에서도 기존 중심지인 미드타운 동쪽보다 이러한 재건축, 리모델링을 한 빌딩이 많은 미드타운 남쪽, 서쪽 지역이 인기가 좋다.


드넓은 국토를 가진 미국의 부동산시장을 한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역시 급격한 사회 구조 변화가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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