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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허스토리⑦]"퍼스널브랜딩 시대, 여성 굴레 벗어나 스스로 명품 돼야"

최종수정 2019.10.22 10:47 기사입력 2019.10.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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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업계 독보적인 업력 20년 여성 전문가
적자 기업을 2년새 흑자로…직원들과 함께 만든 변화
회사 바꾼 첫 단계는 공감…비용 절감에 콘텐츠 판매
콘텐츠·제작 교육자로 세계 곳곳에서 뛰는 제자도 양성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라는 다소 낯선 방송 직군에서 여성 전문가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이가 있다. 여성ㆍ패션 특화 케이블 채널 동아TV의 수장 박란 대표다. 아나운서, 기자, 방송인, 프로듀서(PD) 등 보다 잘 알려진 직군 대신 PP 분야만의 매력에 빠져 20년 이상 내달렸다. 적자였던 동아TV의 구원투수로 발탁돼 취임 2년여 만에 흑자 기업으로 돌려놨다. 수많은 후배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1인 콘텐츠 회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삶의 보람 중 하나다.


◆女대표 반기지 않던 회사서 '흑자' 쾌거=박란 대표는 2017년 9월 LF계열의 PP인 동아TV와 폴라리스TV, 케이앤씨뮤직 등 3사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동아TV는 전문채널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적자였다. 미디어업계를 잠시 떠나 콘텐츠 제작 교육에 전념하던 그가 급히 구원투수로 호출됐다. 2017년 당기순손실만 약 13억원. 더 큰 문제는 회사 직원들 사이 만연한 무력감이었다.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정확한 병명 진단이 필요했다.


"새 여자 대표를 모셔야 하는 기존 직원들의 눈이 당연히 고울 리 없었겠죠. 남성 대표만 모셔봤을 것이기에 직원들과 깊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미리 받은 직무기술서를 바탕으로 전 직원과 나란히 앉아 일대일 심층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인지, 꿈은 무엇인지, 결과는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만 했어요."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 대표는 취임 후 3개월 동안 직원 인터뷰와 개인별·팀별 교육을 병행했다. 여성 리더로서 발휘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인 공감·소통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바뀐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다며 사표를 들고 오는 직원들도 있었다. 면담 끝에 그만둘 사람과 남을 사람이 가려졌다. 기존 계약서들도 일일이 재검토해 계약사항의 유불리함을 따졌다. 직원들에게 누차 강조했던 '우리는 비영리단체가 아니다'라는 말대로 100원이 나가던 고정비용을 80원으로 줄이자 손익분기점(BP) 고지가 눈에 보였다.


박 대표는 "리얼 피트니스 시리즈처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중에 쓸만한 것들이 있어 타사에 팔거나 스왑(교환)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리사이클링(재활용)에 나섰다"며 "인천시에도 먼저 상생 파트너사 체결을 요청해 당당히 계약을 따냈다"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전년 대비로는 무려 17억원 늘어난 수준. 직원 일부는 꿈을 쫓아 석사·MBA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 후배들, PP업계 활약 기대=콘텐츠·제작 부문 교육자로서의 일화도 박란 대표의 삶의 중요한 궤적 중 하나다. 20년간 실무자로서 업계 현장에서 뛰었던 그는 예당미디어교육센터 평생교육원장으로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았다. 방송문화콘텐츠 관련 산업현장교수로도 재직했다. 실무 경험을 반영해 마케팅디렉터 MD 과정 등 기존에 없던 교육 과정도 신설했다.


"제가 교수하면서 자주 했던 말이 '나라 하나 선택하라'는 말이었어요. 만약 터키를 좋아한다면 그 나라에 특화된 콘텐츠 전문가로서 1인 쌍방향 교두보가 되는 거죠. 한국에서 콘텐츠를 수입해오던가, 터키의 콘텐츠를 역으로 한국에 파는 과정을 전담하는 겁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에 대해 되묻는 박란 대표의 얼굴에서는 반짝 빛이 났다.


특히 여성 PP업계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직군으로 방송MD를 제시했다. 방송 MD는 콘텐츠를 수출 대상국가에 맞게 현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방송 규정이나 송출방식에 맞게 바꾸고, 편집, 자막도 수정해야 한다. 문화적 조율과 마무리 단계까지 섬세하고 꼼꼼한 일처리를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생 비중도 체감 기준 여학생이 60% 수준으로 더 많다. 이 비율도 나중에는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란 동아TV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유리천장 탈피 노력, 사회·개인 함께해야=방송가에서 여성이 성장을 거쳐 '회사의 꽃'이라는 임원까지 승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방송업계에서 여성 종사자 비중은 2017년 기준 32.8%로 2016년(32.5%)보다 소폭 증가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축에 속하지만 산업계 전체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박란 대표 역시 방송 관련 협회나 사모임에 가면 여전히 여성 임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성 임원의 잔존률이 낮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수직구조가 있고, 학연·지연·혈연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조직과 사회가 만드는 것이지만 개인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20대 사회 초년생이었을 당시 '여성'이라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던 경험 한 자락을 들려줬다.


박란 대표가 PP업계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남성 중심 사회나 다름 없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시선을 뺏기지 않는 게 중요해 퍼스널브랜딩 차원에서 맞춤 신발을 신고, 슈트 정장을 입기 시작했다. 와이셔츠 톤은 화이트 컬러부터 핑크, 민트까지 다양한 색으로 맞췄고, 우연히 멘 맞춤 넥타이가 인기를 끌면서 박 대표만의 시그니처 룩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복잡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남성 중심 사회를 적대시하지도, 여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도 않은 채, 전문성과 실력을 갖춰 조직 문화에 융화될 수 있었다"며 "회사 사장님을 대할 때와 경비 아저씨를 대할 때 제 태도는 동일했기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업무 파트너로서 제 마음가짐에 늘 떳떳했다"고 전했다.


박란 동아TV 대표는


▲ 2013년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 2015년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 2018년 서강대학교 글로벌EnH 최고위과정 수료

▲ 2019년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 2017년 문화콘텐츠분야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2017년 국가기능경기대회 심사장, 심사위원

▲ 2018년~현재 한국패션디자인학회 이사

▲ 2018년~현재 한국IPTV방송협회 감사

▲ 2018년~현재 폴라리스TV 대표이사

▲ 2018년~현재 동아TV 대표이사

▲ 2019년~현재 KNC뮤직 대표이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 케이블TV 채널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자. 문화, 예술, 여성, 패션, 요리, 여행, 테크 등이 해당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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