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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14번·강간 30번…33년 입 다문 이춘재 자백 어떻게 끌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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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14건 살인사건 자백여건 강간사건도 자백
범죄심리전문가들 "가석방 가능성 작고 지인 통한 압박 주효했을 것"
경찰, 이춘재 진술 신빙성 검토 작업 착수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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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이 2일 공식 확인했다.


또 이춘재는 살인사건 말고도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검증작업을 통해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겨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백한 만큼 과연 어떤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 스스로 입을 열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1차 사건이 1986년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이춘재는 33년 만에 굳게 닫은 입을 연 셈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크게 △가석방 가능성이 없어진 점 △가족 등 지인을 통한 압박 △유전자(DNA) 등 증거 압박 △신뢰관계 형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이춘재가 자백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경찰 프로파일러들이 우선 이춘재 심리 파악을 잘했다"면서 "경찰이 가지고 있는 이춘재 압박 수단을 잘 이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관련해 "이춘재의 어머니, 이춘재의 아들 등 이춘재 가족과 지인을 이용한 심리적 압박을 가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가능성이 없어진 점 또한 이춘재가 자백을 하게 만든 어떤 작용을 했을 수있다"면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지막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프로파일러들이 만들고, 이에 이춘재가 입을 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어 "화성연쇄살인 사건 직전에 발생한 연쇄강간 사건의 범인 역시 이춘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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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강간사건이란 화성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일어난 7건의 성폭행 사건을 말한다. 1986년 2월 첫 사건이 발생하고 화성 연쇄살인사건 1차 사건이 발생하는 9월을 두 달 앞둔 7월 중순께 범행이 멈췄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2011년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한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 범인상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연쇄강간사건의 범인이 이춘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를 상대로 재갈과 결박, "네 서방 뭐해?" 등 욕설을 하는 것 등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이춘재와 프로파일러간 '라포르(신뢰 관계·rapport)'가 아주 잘 형성 된 것 같다"면서 "이춘재 입장에서는 나이도 많고 경찰이 설명하는 증거 중 하나인 DNA 를 오히려 잘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인 등을 통한 압박이 주효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버스안내양 엄모씨의 목격자 진술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면서 "일련의 이런 상황이 이춘재 입장에서는 혐의를 부인해봤자, 더 이상 소용이 없음을 인지하게 한 것 같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쇄강간 7건 범행은 이춘재와 개연성이 상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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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당시 의정부경찰서 소속 형사로 용의자 검거를 위해 현장을 누빈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관련 증거가 있어 이춘재가 자백을 하지 않았어도 범죄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은 "최악의 경우 이춘재가 자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프로파일러 등 경찰이 수사를 잘했기 때문에 결국 이춘재가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자백을 안했어도 이춘재의 범행수법, 시그니쳐 등이 너무 명확해 범행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하승균(73) 전 총경에 대해서는 "피해자분들을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이춘재는 살인사건 말고도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한 상태다. 관련해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라포르'(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씨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건, 강간은 몇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다는 뜻으로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춘재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건 지난달 18일이다. 경찰은 이때부터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그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주말 등을 제외하고 매일 대면조사를 벌였다.


이춘재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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