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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에 가면…찜질방도 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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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백미는 집합적 도시 '주제전'
세계 도시건축가 48개팀 참여
능동적 건축 역할·범위 재조명
당인리 발전소의 무한 가능성
새로운 미래 거주 모델도 제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주제전' 전시장에서 남녀 관람객이 도시 문제 해결 과정을 담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주제전' 전시장에서 남녀 관람객이 도시 문제 해결 과정을 담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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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더 이상 도시에 건축은 없다. 자본주의의 힘으로 소비되고 일반화되는 반복적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안은 문화가 중심이 된 대화다."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둘레길을 걷다 보면 끝자락에서 건축가 그룹 '바쿠(Baukuh)'의 전시물 '일곱 가지 서적을 올린 제단'을 만날 수 있다. 잔뜩 날이 선 작품설명을 단 이 작품은 칠각형 정자를 재해석한 것이다. 깔개와 낮은 제단 위에는 도시와 관련된 7권의 서적이 놓여 있다. 이를 밝히는 건 보잘것없고 낡은 전구다. 바쿠는 "도시건축을 위해 공동의 지식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개인적 헌물을 바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제노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쿠는 2016년 선전 아이디어 탑 어워드에서 공공건물 부문 최고상을 받은 실력파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양산한 도시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기후변화와 소비주의 탈피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난달 7일 개막한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65일간의 대장정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행사는 11월10일까지 DDP와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서울역사박물관 등 곳곳에서 주제전ㆍ도시전ㆍ현장프로젝트ㆍ글로벌스튜디오의 형태로 4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다.


이 중 백미는 DDP의 주제전이다. '집합적 결과물로서의 도시'라는 주제와 잇닿아 있다. 주제전에는 전 세계 도시건축 전문가로 구성된 48개 팀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건축의 영역 확장, 집합 건축물로 도시의 회복을 고민하고 결과물을 소개한다. '능동적인 건축'의 역할과 범위를 재조명하고 지금 도시에 필요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집합성에 대해 탐구했다. 이를 세분화하면 ▲도시화 과정에 대한 비판 ▲생태 및 기반 시스템 탐구 ▲도시건축 혁신 유형에 따른 대안 개발 ▲새로운 형태의 거주와 소유권 등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미국의 건축가이자 작가인 켈러 이스터링 예일대 교수의 '매니(MANY)'를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바람직하고 집합도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설명처럼 작품에서 다양한 상호작용 방식을 다뤘다. 이스터링 교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 매니를 통해 도시와 이용자의 필요를 채우고 도시 간 인재 이동을 촉진한다. 지역사회의 선행을 일종의 가상통화로 전환해 이를 교육ㆍ보건 등 지역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는 '밤섬 당인리 라이브'를 선보였다. 한강 밤섬을 마주하는 당인리 발전소 부지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언급한다. 건물의 장벽으로 규정되는 다른 한강 변 장소들과 달리 화합적인 문화와 생태적 야망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공간으로서 당인리의 가능성을 엿봤다. 매스스터디스는 지난해 서울화력발전소 4ㆍ5호기를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공모에서 당선된 바 있다. 화력발전소라는 산업 유산 보존과 공간 내부, 주변 부지를 조화롭게 연결했다는 평을 듣는다.


전시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의 찜질방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도 있다. 스페인의 작가그룹인 아미드ㆍ세로9은 '집 없는 문명'에서 찜질방에 착안해 새로운 유형의 미래 거주 모델을 제시한다. 집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어느 미래에 거실처럼 넓은 공간에 수십 명의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전통적 가정의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고 공공성이 이를 대체하는 거대한 공동체 생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바레인의 누라 알 사예와 네덜란드의 안네 홀트롭이 공동 작업한 '생산의 장소, 알루미늄', 네덜란드 건축 사진가 바스 프린슨의 '이미지와 건축 #11: 팔만대장경'도 눈에 들어온다. '생산의 장소 알루미늄'은 1968년 걸프 지역 최초로 알루미늄 제련소가 들어선 바레인의 얘기를 다뤘다. 이곳에서 알루미늄은 석유 못지 않은 도시 현대화의 상징물이다. 아울러 2010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자인 프린슨은 우리에게 익숙한 팔만대장경을 집합 도시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객관화했다. 그는 "팔만대장경을 재조명하고 역설적으로 풀어내 현실의 삭막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임재용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소통과 참여"라며 "전시에선 실용적 학문이나 직업적 범주를 넘어서 건축이 지닌 잠재적 역할을 알아보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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