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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대통령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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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대통령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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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험(country risk)이라는 것이 있다. 국가파산 위험도라고 풀어볼 수도 있는 개념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 나라가 파산할 확률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가 위험이 높으면 정부나 기업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하는 자금의 이자율이 그만큼 높다. 우리나라는 북한을 비롯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가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같은 신용등급의 다른 나라보다 어느 정도 높은 이자율을 지급해야만 한다.


국가위험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지정학적 요인이 있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누구의 책임이라고 따지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무의미하다. 그러나 피할 수 있음에도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나타나는 국가 위험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포퓰리즘과 정책실패가 국가위험을 극도로 확대하고 때로는 나라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특히 포퓰리즘은 애초에 의도한 목표는커녕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끝내는 국가위험을 크게 높이고 만다. 최근 대표적인 경우가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이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1999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2007년에는 석유부문, 2008년에는 통신, 전기, 제철, 시멘트 회사들을 국유화했다. 그리고 소득불평등과 빈곤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로 무료 주택, 무료 의료, 무료 교육 등 현금과 무상복지를 확대했으며 생계비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통제했다.


무상복지의 문제는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말살한다는 것이다. 국유화된 기업은 추구해야할 목표를 상실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도외시한다. 가격통제는 시장에서 재화가 사라지게 한다. 생산한 재화의 가격이 맞지 않는데 누가 생산을 하며, 생산을 한다 해도 시장에 내놓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베네수엘라 수출과 정부 수입의 대종을 차지하는 석유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과격한 사회주의정책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


2013년 3월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정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베네수엘라다. 생필품을 구하고자하는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일자리와 생필품을 찾아 이웃 나라로 탈출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 가운데 조세수입이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찍어서 쓰고 그 결과 백만 퍼센트가 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궁극적으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이 누구일까? 바로 차베스가 돕고자 했던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다.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의 역설이 여기에 있다. 누구를 위한 사회주의란 말인가?

대한민국을 베네수엘라와 비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교육수준과 민도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정도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5개월은 실패 이외에 달리 명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포퓰리즘, 그리고 확대재정에 숨겨진 경제정책의 실패는 이제 용서하기 어렵다.


경제, 안보, 외교에서만이 아니라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임명처럼 인사에서까지 실패하고 있다. 이 모든 실패의 징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국가 위험에서 차지하는 대통령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대통령이 생각 속에서 그리는 세계와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이 점점 멀어지면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본인은 자기의 길을 가면서 국민들께 일방적으로 따르라 하는 통치는 더 이상 가능하지도, 통하지도 않는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위험은 점증할 것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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