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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책과 영화에서 세상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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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라임라이트]책과 영화에서 세상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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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IQ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연습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했다. 빌 조이도 비슷한 수순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을 세웠다.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경영 저술가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재능이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썼다. 재능을 꽃 피우려면 기회와 노력, 행운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는 일상적 삶에도 요구되는 조건이다.


평범한 삶의 이면에는 이토록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웅크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가르는 차이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속의 고시생 도일출(박정민)이 도박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일출은 입시와 취업을 준비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불가하다고 판단한다.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야." "(카드 게임은) 얼마나 좋아?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일곱 장 들고 치는 건 똑같은데. 훨씬 해볼 만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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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면서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 체감한다. 책을 사보는 이들이 현저하게 준 게 현실. 요즘 독자들은 온라인 서점이나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서점을 선호한다. 동네 책방은 비싼 책 공급가와 낮은 독자 할인율로 경쟁에서 불리하다. 대개 1년 적자를 감수하고 문 열었다 이듬해 닫거나 외진 곳으로 이사한다. 박정민은 말한다.


"애초 돈 벌겠다고 뛰어든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운영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손님이 많아도 이 정도인데 다른 책방들은 말도 못할 만큼 힘들겠죠. 동네 책방들이 왜 자꾸 사라지는지 알겠더라고요.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요. 기회와 행운이 더 많은 이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적자를 어느 정도 감수하고 책방을 열었나요.

"그런 계산은 하지 않았어요. 성남 분당구에서 살다 충청북도 충주로 이사갔어요. 서울에서 임시로 머물 장소가 필요해 친구와 함께 방을 알아보다 동네 사람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조그마한 가정 집을 책으로 아기자기 꾸몄죠. 제가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몇몇 분이 알음알음 찾아오셨어요. 그러다 소문이 나면서 손님은 크게 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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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방을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셨던데….

"공간이 비좁아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 어려웠어요. 함께 운영하는 친구가 많이 힘들어했죠. 손님들도 불편하셨을 거에요. 조용히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됐을테니까요. 옮긴 곳이 이전 LP바였어요. LP를 보관했던 공간을 책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가게 크기가 달라지면서 운영에 바뀐 점이 있나요?

"이전에는 책 판매 말고는 수익이 전무했어요. 커피 등을 공짜로 제공했거든요. 많은 손님이 책을 읽고 나가시면서 미안해하셨어요. 돈을 내지 않는 게 꺼림칙하셨나 봐요. 그래서 이전한 뒤 커피 값을 받고 있어요. 매출이 늘었지만 이윤은 거의 없어요. 솔직히 본전 건지기도 쉽지 않아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지출이 많아졌거든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애초 돈을 벌겠다고 뛰어든 일이 아니예요. 그래서 이렇게 책방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워요. 홍보하고 싶은 생각 전혀 없어요."


-처음 생각했던 계획이 궁금해지는데요.

"고즈넉한 공간에서 몇몇 분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어요. 다독가는 아니지만 좋은 책을 발견하면 권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영업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큰 문제는 아니예요. 셔터를 내리고 혼자 남았을 때 해도 괜찮거든요. 평소 새벽 4시쯤 잠들어서 금방 익숙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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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직접 주문하나요?

"그럼요. 요즘은 도매업도 인터넷 시스템이 잘 갖춰져 거래하기가 편해요. 문학동네 등 일부 출판사와는 직거래도 해요. 책을 많이 주문해서 가능한 일이죠.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는 고전이 많이 배치됐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읽기 편한 책들을 대거 추가했어요. 먼저 읽어보고 주문하고 있어요."


-손님들 반응이 궁금하네요.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흔하지 않잖아요. 그런 이유로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웃음). 어떤 분은 꽃까지 사들고 와서 책장을 꾸며주기도 하세요. 직원들에게 먹을 걸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자주 마주치면서 어느덧 편한 사이로 발전했죠."


-유명인인데 열린 공간에 부담을 느끼지 않나요?

"책방의 본래 취지가 퇴색할까 걱정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팬들 분께서 예의와 절차를 잘 지켜주세요. 저를 보러 오셨다가 책방의 매력에 빠져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알 수 없는 희열에 뿌듯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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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거의 나지 않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요.

"맞아요. 출판업계 형편이 여전히 좋지 않아요. 특히 책방이 그런 것 같아요. 신박한 콘텐츠 없이 책만 팔아서는 자기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책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책방을 운영하려 다잡고 있어요. 지금이야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책방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앞으로 책방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겠죠. 좋아하는 것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으로요. 그렇게 꾸미다보면 자연스레 고유의 정체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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