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거리(距離)/조항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천국이다 둘이 하나가 된다면 결혼은 얼마나 불행한가 계절과 계절 사이에 간절기가 없다면 식물은 어떻게 꽃을 잃은 슬픔을 달랠까 태양과 지구 사이에 말 못 할 비밀이 없다면 적나라한 삶의 뜨거움을 도대체 감당이나 하겠는가 우리와 너희 사이의 열 걸음으로 믿음이 쌓이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백 걸음으로 사랑이 시작된다 밀물과 썰물 사이에는 윤슬이 소란하니 그 거리가 아니라면 밀물과 썰물의 다툼이 자주 풍랑을 일으킨다 그때와 지금 사이의 거리가 평화를 만든다 세월이 가져오는 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 용서를 떠올리겠는가 날이 저문다 내일 아침이면 만물이 되살아날 것이다 밤과 아침 사이의 거리는 비탈이어서 그 경사만큼 외로운 마음이 담금질을 한다 망망한 그 거리에 내가 있다 나의 바깥 저만치 네가 있으니 이것과 저것 사이의 거리가 불확실한 그리움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 그렇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엔 거리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당신을 당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 당신과 나 사이에 "윤슬"이 반짝일 수 있는 거리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당신이 무엇에 기뻐하는지 슬퍼하는지 혹은 아파하는지 정말이지 제대로 알려면 "열 걸음"만큼이든 "백 걸음"만큼이든 거리가 필요했던 거구나. 당신은 "나의 바깥 저만치"에 있는 사람, 당신과 나 사이 "망망한 그 거리"가 때론 불편하고 애타도 비탈지고 "외로운" "그 거리"가 있어야 "믿음이 쌓이고" 그만큼 담금질된 "사랑이 시작"되는 거구나. 채상우 시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