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 눈뜨고 당한다]1. 보호받지 못한 '국가핵심기술'

국내 업체간 유출은 감소
작년 국부유출 20건으로 '쑥'
국가핵심기술마저 타깃
핵심 관계자 줄사퇴해도 속수무책

핵심기술 해외로 줄줄…허술한 보안,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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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소재ㆍ부품 등 핵심기술의 국산화 중요성이 연신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례는 2017년 13건에서 지난해 20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업체 간 기술유출 사건은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예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 사례가 증가하는 게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기술유출에 가담하는 인원도 늘고 있다. 2017년 36명이던 것이 지난해 69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한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들이려는 외국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산업보안 시스템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예방과 사후조치(처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기술유출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경찰이 적발한 사건만 총 371건, 검거인원은 1014명에 달한다. 매해 평균 120건 이상의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51건이 발생해 15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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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가핵심기술'마저 기술유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정하는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ㆍ경제적 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다. 말 그대로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 지켜야 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각 기업이 '알아서' 지켜야 하는 수준이다.

본지 취재를 통해 알려진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례에서도 이 같은 한계는 여실히 확인된다. A사는 2015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받았지만 지난 4년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번의 보안 지원을 받은 게 전부다. '중요한 기술'이라고 선정만 할 뿐, 사후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기술유출 사실을 알게 된 것도 A사의 자체 조사를 통해서였다. 2016년 A사는 회사 메일계정에 수상한 메일을 확인한 뒤 1년 가까이 자체 조사를 통해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 달 간격으로 줄퇴사했음에도 이들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해외로 나갔는지 추적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여러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더구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외장하드 등 증거물마저 압수물 환부 규정에 따라 돌려줬다. 도난물이 주인이 아닌 도둑에게 돌아간 꼴이다. 피해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A사 대표는 "규정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 담겨있는 압수물을 도로 그들에게 돌려주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보안시스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자를 큰 돈으로 유혹하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라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만 해놓고 보안지원도 전혀 없고, 기술유출하다가 잡혀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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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갖는 만큼, 기술보호에도 더 많은 자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술보호 수준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술이 유일한 자원인 한국은 이제라도 기술보호 분야에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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