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팩트, 프레임 위에 파벌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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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위에 프레임 있고, 그 위에 플랫폼 있다. 사실 따위야 가볍게 짓뭉개는 내 편, 니 편 진영 논리보다 더 나쁜 악질이 바로 단순, 무식, 반복 불통 플랫폼이라는 얘기다.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상황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과정 손실(process loss)이란 관점에서 볼 때 아주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팩트 ? 프레임 ? 플랫폼' 삼단뛰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팩트 맵(map)부터 그려보자. 본원적 팩트 또는 진성 팩트는 조후보자 본인이 직접 지난 8월 14일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 자료로 제출한 총 56억4천만원의 재산에서부터 비롯하였다. 이 때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사모펀드)에 출자금 10억5천만원을 냈고 아내와 딸, 아들이 도합 74억5천5백만원에 달하는 출자를 약정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2017년 7월 31일 시점이었으니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지 두 달여 후다.


그 다음 팩트 맵은 동심원을 그려가며 여태까지 무려 30만 건에 달한다는 조 후보자 관련 미디어 뉴스들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불완전한 팩트와 추론, 상상 등이 뒤섞인 정보, 지식,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합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건 팩트 반, 의혹 반이고 또 어떤 것은 논픽션 반, 픽션 반으로 뭉뚱그려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 산더미들이다. 조후보자 본인이 반박 용어로 지정한 가짜뉴스란 것도 기실은 팩트 조금, 루머 약간, 주장과 의견 덤터기로 담아 버무린 합성 조미료와도 같아서 완전히 폐기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 골칫덩이이다.

아무튼 그럭저럭 팩트 한 끼니 밥 짓는 과정이 잘 진행되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 총잡이 훼방꾼들이 난입했다. 팩트 낱알들을 고이 씻어 앉힌 전기밥솥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린 한국의 고질병 프레임 분열주의자들이다. 이들이 포획한 무동력 전기밥솥은 더 이상 팩트 원재료들을 익혀 완성된 팩트 밥을 짓지 못한다. 익다 만 밥알들을 흙바닥에 쏟아버리는 낯익은 사무라이 영화 식 충격 요법이라 진절머리부터 나는 구태다.


이제부턴 논리가 맞든 안 맞든 생쌀을 씹어서라도 진영 논리 패싸움 아재들이 팩트를 갖고 놀기 시작한다. 유시민이사장이 지난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아직까지 조 후보자가 법적 위반을 한 게 하나도 없었다"며 "만일 법적 위반을 한 게 나오면, 그때는 조 후보자 본인이 사퇴하리라고 본다"고 발언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결국 유시민 일갈을 신호탄으로 팩트 밥솥은 내동댕이쳐지고 여론 세상은 좌우 여야 진보 보수 유산자 무산자 프레임으로 쩍 갈라져버렸다. 안 그래도 피곤에 절어 사는 국민들 앞에서 프레임 총 동원령 내리고 패싸움을 재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 참고 보는 민초들이다. 이까지만 해도 나름 익숙한 한국 현대사 풍경이라 그리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심각한 문제는 팩트 위에 엎어진 프레임, 다시 그 위에 덮치고 있는 못된 파벌플랫폼이라는 위압이다. 이 때 플랫폼이란 커뮤니케이션 깡패로서 팩트도 논리도 이념도 사상도 무력화시키고 마는 원시적이고 습관적인 유대감을 뜻한다. 선거 때마다 프레임 전쟁이 고조되다가도 결정적 순간 학연, 지연, 혈연, 조직연에 맥없이 귀속되게 한 플랫폼 내력 그대로다. 유권자는 후보 능력 같은 팩트에 눈을 주다가도 D-3일 쯤에는 좌, 우 프레임로 정리된다. 막상 투표할 때는 '다 모르겠고 ...' 가까운 사이를 찾아 한 표를 던지고 마는 스토리다. 이 물 귀신같은 친소관계 확신범 마인드가 곧 파벌플랫폼이라는 악성 커뮤니케이션의 동력이다.


지금 조국 후보자 사례가 딱 그런 우격다짐 행동양식을 부르는 괴물 플랫폼 패턴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인도 이젠 내 이익, 우리 회사 이익에 따라 갈라 선다. 검찰도 우리 사람, 조직이 먼저라는 쪽으로 언제 튈지 모른다. 이미 여당 일각은 프레임마저 버리고 내 새끼, 내 밥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기 시작했다.


팩트 뭉개는 프레임에 탐닉하고 한술 더 떠 친소관계 파벌플랫폼에 제멋대로 올라타는 호러 장면들이 더 나올지 모른다. 파벌플랫폼은 사악하니까. 팩트는 단 하나, 프레임은 기껏 둘 또는 셋이지만 공공성을 폭파하는 사익 파벌플랫폼은 수백, 수천 갈래로 분열하기 때문이다.


어서 팩트 경기장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일단 프레임 공방 장외로라도 건전하게 복귀하길 바란다. 진짜 진보 진영이라면 불공정 의혹에 세차게 매질을 가해야 맞다. 참 보수라면 자본주의 투자나 사학 책임 경영 부분을 마냥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이런 프레임 진영 논리조차 안 지키고 냅다 시커먼 파벌플랫폼 진흙탕으로 몰려가는 작태라면 정말 '그거슨 아니지'다.


팩트를 거머쥔 당사자 본인부터 정직하게 밝히면 된다. 청문회든 어디든 상관없이 가치 판단 기름기 쏙 빼고 팩트만을 알려 달라. 언론은 오직 명예로운 기자정신으로 팩트만을 추구해야 한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밝혀낼 최고 기술자로서 실력과 중립성을 입증해보여야 한다.


조속히 팩트 확인을 끝내고 국민이 숙의하고 판단할 때를 맞이해야만 이 못된 프레임과 더 나쁜 친소관계 파벌플랫폼 확신범들이 더 이상 나라를 어지럽히지 못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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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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