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수시 중심 대입제도, 청문회에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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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수시전형(수시) 중심으로 치러지는 현 입시제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대로라면 제2ㆍ제3의 '조국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지난 20여년간 '교육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무시험ㆍ스펙 중심의 수시와 학생부종합평가(학종)로 '금수저'를 위한 입시제도에 집착해왔다. 우리 사회에 거의 하나뿐인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시험은 공정해야 한다. 연줄 없는 '흙수저 무스펙' 학생에게도 입시경쟁에서 실력 하나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2020학년도 수시 모집 인원은 전체 대학 모집 정원(약 35만명)의 77%나 차지한다. 정시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린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직접 나서 대입 전형을 공부, 아니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먹고 살기 빠듯한 학부모가 여기에 시간과 돈을 할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수시와 학종은 여유 있는 고소득층을 위한 맞춤 전형인 셈이다.


지금의 교육현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일례로 '2018년 전국 대학교 의학계열 학생 소득분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8개 대학 의대에서 고소득층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55%로 집계됐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ㆍ차상위 계층은 4%에 불과했다.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 대다수가 고소득층의 자녀인 것이다.


스펙 중심의 입시제도가 이미 차별이며 계층 이동을 막는 것이라면 이제 용단이 필요하다.


대입이 학생들의 순수한 실력보다 힘 있는 학부모들의 밀고 끌어주기로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전근대적인 집단이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인맥은 보수회귀나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이런 전근대적 사회는 부와 권력을 소수 집단이 독점하는 독과점 사회가 될 게 뻔하다. 집단 편견이 작용하는 독과점 사회는 개인의 인간관계 형성이나 결혼ㆍ취업 같은 모든 일상으로 파고들어 문화적ㆍ심리적 갈등을 부채질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 구성원들의 능력계발과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사회발전의 총체적 에너지는 저하하고 사회 전반에 무기력과 불만만 팽배하게 될 것이다.


시인이자 노동ㆍ생태ㆍ평화 운동가인 박노해는 저서 '사람만이 희망이다(해냄ㆍ1997)'에서 "우리 사회에서…명문대를 나왔다는 건…여야,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서로 밀어주고 키워주는 연줄, 실력을 넘어선 숨은 신분계급제의 작위를 얻는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변한 건 하나 없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입학 자체는 일생을 좌우한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고 출세를 보장해주는 대학 졸업장 확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무기에 기대지 않을 학부모와 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적으로 아버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안게 된 작금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과연 힘 있는 아버지로서 딸의 스펙 쌓기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특혜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래서 일부에서는 야권 정치인들에게 "네 자녀도 어디 한 번 까보자"라며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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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제도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오는 틀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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