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1일 오전 4시40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룬과 베르테르플라테에 촛불을 든 시민 수백만 명이 모여 들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사이렌이 울리고, 폴란드 우체국 외벽에는 독일 전투기의 모습이 영상으로 비춰졌다. 80년 전 세계를 피로 물들인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바로 이곳이었다.
당시 수천 명의 폴란드인들이 독일 나치의 첫 공습에 맞서 우체국 등에서 항전했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도시는 폐허가 됐다. 이후 5년 이상 이어진 전쟁에 따른 사망자는 폴란드 인구 5분의 1에 달한다. 죽은 자에게도, 살아남은 자에게도 끔찍한 기억이다.
이날 역사의 현장에 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비엘룬을 찾은 그는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범죄였다"며 "비엘룬 공격의 희생자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 속내와 배경이 어찌됐든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전범국으로서 과거사를 직시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전쟁 범죄로 얼룩진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일본과 대조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사과했으니 끝났다거나, 합의했으니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는 식으로 역사를 바라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독일이 폴란드에 준 상처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독일 극우정치인들이 '나치 통치는 역사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축소하는 것을 가리켜 "자신들을 위해 그렇게 주장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독일 지도자의 반복된 사과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진정성을 쌓아가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이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행보를 '도덕적 배상'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다 대통령은 "(생존)목격자들이 다 사라져도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과거사를 직시하고 행동하는 독일에 대해 "용서하고 우정을 쌓을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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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하고 피해자들에게 재차 고개 숙인 독일 지도자의 모습이 역사를 배우지 않는 일본엔 어떻게 비춰질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언젠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직접 언급했듯 '과거사 정리는 화해의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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