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달 마이너스 물가 가능성…디플레 우려 상황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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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창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전망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2% 어렵게 하는 대외리스크 커져졌다면서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추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기준금리 인하)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무역분쟁 등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이런 여건의 전개 추이를 살펴보면서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30일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관한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물가에 대해서도 "기저효과 영향으로 두세달 '마이너스 물가'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이 악화되면서 금융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1.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점차 악화되고 많은 나라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움직임과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의 소위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같이 작용하다 보니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R의 공포’라는 게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우리 경제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 완화기조를 유지하겠으나 완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예단해 밝히기 어렵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늘렸다.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발표에 곧바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도 경기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향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7월까지 순유입기조를 유지해 왔다. 8월에 채권은 순유입했으나 주식자금은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해 국내 외국인 주식자금은 유출했다. 한국 경제에 강점인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감안해 보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 대외불안 확산 및 국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충분한지. 또 대내외 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실효하한 아래로 내리는 게 가능한 것딘가.

▲통화정책 여력은 지난달 실효하한 개념으로 설명을 했었다. 한국은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는 점,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정책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


-소비자·기업 심리 지표가 하락하는데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한·일 갈등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의 영향을 현재로서 예단할 수 없다. 영향을 받는 품목의 범위와 수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서 규제 시행 강도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다르다. 이에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현재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쪽에서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이동, 일본계 외화자금 유출형태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외환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에 이어 자영업 부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규제강화 영향으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뜯어보면 우량 차주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고소득 고신용 우량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 대출의 75%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최근 업황이 부진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같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자영업 업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자영업 대출의 건전성과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7개월째 0%대에 머물러 있고, 특히 8월에는 농산물이나 유가 하락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가 나오더라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보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농축산물이 폭염으로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에 일시적으로 0% 내외로 낮아질 것이다. 두 세달 정도는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연말 쯤 가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다. 내년 초에는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공급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인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를 나타내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의 급격한 물가하락은 공급 측 요인과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플레까지 아직 우려하진 않아도 된다.


-일부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많지 않을 때 기준금리 조정 폭을 10bp(1bp=0.01%포인트) 조정하기도 한다. 총재는 이른바 ‘마이크로 스텝 금리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현재도 같은 입장인지. 필요하다면 25bp 이상의 금리 조정도 가능한가.

▲정책금리를 25bp 또는 그 배수로 조정하는 것은 1989년 미 연준이 그렇게 하면서 전세계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도 2000년대 금리중심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정책금리 조정폭을 25bp로 했다. 25bp로 한 배경은 이 수준의 조정이 실물경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유의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인식돼 왔다. 만약 금리 조정 폭을 25bp보다 작게 할 경우 조정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순 있겠으나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의도한 만큼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일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25bp보다 작게 조정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가 매우 낮아져서 거의 제로수준이라 정책여력이 크게 축소된 경우에 해당됐다.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조정 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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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결정문에서 이런 문구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올해 성장률이 2.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것인지

▲아직 전망을 수치로 수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지만 여러 가지 우리 경제에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게 사실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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