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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탈·강제노역 증거 '방공호'…"네거티브 문화재 논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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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실태조사 통해 10여곳 파악

맥아더 동상 뒤편 방공호 외부와 내부 모습  [사진=인천시립박물관]

맥아더 동상 뒤편 방공호 외부와 내부 모습 [사진=인천시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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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에서 일제 강점기 때 '방공호' 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방공호는 일본 제국주의 침탈과 강제 노역의 증거물로, 어두운 역사에 대해 후세에 교훈적 가치를 전해줄 수 있도록 '네거티브 문화재'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근·현대 문화유산 조사의 일환으로 인천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방공호시설 기초 조사를 벌여 10여곳의 위치와 관리 상태를 파악했다고 15일 밝혔다.

박물관은 이 중 우선 내부 진입이 가능한 자유공원 공영주차장과 석정루 절벽 아래, 인천시역사자료관 관내 등 방공호 3곳을 최근 현장조사 했다.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의 경우 높이와 폭이 각각 약 2m 규모로 조사됐다. 도달할 수 있는 길이는 약 10m이지만 그 이상의 내부는 시멘트로 막혀 진입할 수 없었다. 현재는 공원 관리를 위한 장비 창고로 쓰이고 있다.


인근 석정루 아래쪽 절벽에 위치한 방공호는 높이 1.5m, 폭 1.2m 규모로 초입 부분의 천정과 벽체는 시멘트로 마감됐다. 절벽 안쪽으로 방공호가 이어지나 정확한 길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곳은 카페의 창고로 사용 중이다.

인천시역사자료관 내 방공호

인천시역사자료관 내 방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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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역사자료관에도 축대 아래에 'ㄷ'자 형태의 작은 석실형 방공호가 남아 있다. 역사자료관은 과거 일본인 사업가의 저택이었다가 해방 후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구 신흥동 긴담모퉁이길 석축 아래에도 방공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관료들과 사업가들을 위한 시설로 추정된다. 방공호 입구는 아치형으로 입구 주위는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으며 현재 철문으로 닫혀있다.


이 방공호는 언덕 너머 1884년 개교한 일본인 학교 아사히 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와 길게 연결됐다는 소문이 있다. 신흥초교 쪽의 방공호 입구 존재는 현재 아파트 건립과 우거진 잡풀 등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학교 관계자는 "오래전 본관 신축 건설 때 교무실 아래로 방공호가 연결돼 있는 통로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1930년대 일제는 '방공법'에 따라 공습 대피시설 건설을 법제화하고 도심지, 군사기지 주변에 갱도를 뚫어 방공호로 활용했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과의 결전을 준비하며 수많은 갱도를 뚫어 최후 방어 진지로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 곳곳에서 발견되는 방공호 시설 역시 이 당시에 건설된 것으로, 당시 많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긴담모퉁이길 방공호

긴담모퉁이길 방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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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실체와 위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식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간간이 주민들의 입으로 소재 파악 등이 전해져 왔으며 관리 주체도 불분명한 상태다. 정확한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도시 재개발 사업 때 방공호 입구가 함몰되거나 통째로 매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흔적들을 지워버리면 증거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방공호는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적 가치를 전해야 하는 '기억유산'으로서, 네거티브 문화재를 지역 유산으로 보호하고 보존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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