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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21세기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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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1965년 6월22일 일본 도쿄에 있는 수상 관저에서 한국의 이동원 외무부 장관과 일본의 시나 에쓰바부로 외상을 수석으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한일기본조약'을 조인했다. 한일협정이라 불리는 이 조약엔 1961년부터 재개된 4개의 부속협정 '청구권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이 뒤따랐다.


전국에서 반대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졌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일본의 오히라 마사요시 외상이 밀실에서 합의한 일제 강점 피해 배상 청구권 관련 '메모'가 촉매가 됐고 국교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진행된 굴욕 외교에 고등학생, 대학생, 교수, 언론인, 종교인, 법조인, 정치인 등이 거리로 나섰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밀실협정에 분노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결국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권력을 동원했다.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국회에서도 1965년 8월 여당 단독으로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의결돼 12월 발효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민족적 민주주의 이드냐?' 당시 거리로 나선 경기고등학교 학생들은 현수막에 이렇게 썼다. 이후 오랜 시간 고등학생들의 의문에 제대로 답한 권력자들은 없었다.


그로부터 54년 후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무역제재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치의 문법을 경제에 구겨 넣으면서 막다른 길을 택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여윤택씨와 신천수씨가 신일철주금을 대상으로 제기한 개인 청구권을 한국의 법원이 인정했다는 이유를 근거로 이에 대한 보복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혈맹인 미국의 중재까지 거부하는 이례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화가 유일한 해법이지만 일본 정부는 모두 거부했다. 자유무역은 물론 경제협력 체제를 전복하고 공동안보 체계를 희생하면서 케케묵은 '식민지 근대화론'과 '혐한론'에 기초한 가해자의 문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일본 정부의 '바바리즘(barbarism)'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돼 우려가 크다. 동아시아 정세는 악화일로다.

논리가 부족하고 떳떳하지 못한 개인과 집단은 폭력을 사용한다. 피해자에게 사과와 협력을 통보하는 폭력의 아이러니는 독선의 산물이다. 21세기 문명이 야만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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