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집주인 잇단 파산에 세입자 울상
원룸 오피스텔 거주자들
대부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주거시설 경매건수 급증
전세보증보험 가입해야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서울 강서구의 다주택가구에 사는 김모(31)씨. 부모님이 마련해 준 자금으로 보증금 80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다. 이 돈은 그의 결혼 자금이기도 하다. 그런데 집주인이 최근 파산하면서 돈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집주인은 갭투자로 이 집을 산 건데, 담보 대출을 받은 또다른 건물 3개에 자금문제가 생기면서 김씨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이다. 우선변제권(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 순위에서도 다른 세입자보다 후순위인 김씨는 "내년 초 결혼계획도 미뤄야할 형편"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원룸ㆍ오피스텔 등에 이른바 갭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의 파산이 잇따르면서 이 곳에 살던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의 연쇄 파산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등에 따르면 거제ㆍ청주 등에서 시작된 부동산 임대업자의 파산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최소 2000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 만큼의 돈만 투자해 집을 매입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되파는 투자법이다. 예컨대 1억원짜리 집의 전세값이 9000만원이라면 전세 세입자를 들이고 1000만 원만 투자해 집을 사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갭투자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대출조건이 깐깐해진 데다, 매매가격까지 내려가면서 투자 대상이 된 부동산들이 경매ㆍ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 명의 투자자가 갭투자를 통해 수십, 수백채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어, 전세입자 수백명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도 나온다.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5월 경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5006건을 기록하며 2015년 4월 이후 4년 만에 5000건을 돌파했다. 5월에도 여세를 몰아 전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며 5261건을 기록했다. 전국 주거시설 경매 건수가 두 달 연속 5000건을 넘긴 것은 2015년 3ㆍ4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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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피해자는 경제적 약자인 원룸ㆍ투룸ㆍ오피스텔 등 '저가 주택 세입자'다. 이들 중 다수는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한 경우가 많아 돈을 날리는 것뿐 아니라 빚까지 지게 된다.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지난 3일 전세계약이 6개월 남아도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발표했지만 '소잃고 외양간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주인의 신용에 문제가 있을경우 가입이 어려워, 갭투자 파산 관련해서는 구제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갭투자자 사이에서 '집 값이 오르면 내 것, 떨어지면 세입자 것' 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황"이라며 "세입자들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90% 이상인 집에 거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전세보증금 보장보험 등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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