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자신의 체크카드를 보내줬다가 대출사기를 당한 20대 피해자에 대해 대법원이 "대가를 바라고 한 행위로 피해자 본인도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24)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조씨는 2016년 6월8일경 김모 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300만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퀵배송으로 자신의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보내줬다. 조씨는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급했던 상황이었던 차에 잘됐다고 여겨 대출을 요청했다. 김모 팀장은 이 과정에서 조씨에게 "대출 신용한도를 높이기 위해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인위적으로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후 김모 팀장으로부터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은행계좌가 거래 정지됐다.
검찰은 조씨가 자신의 체크카드가 부정한 방식으로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대출이라는 대가를 약속 받고 체크카드를 빌려줬다고 보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에서는 조씨가 김모 팀장에게 사기를 당한 가운데서도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빌려준 점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조씨)이 김모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했던 것 등을 보아, 체크카드 교부와 대출받을 기회 사이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체크카드)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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