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중계하고 대리 베팅하는 유튜버

스트리밍은 無제재 이용
시청자 게임머니로 베팅
수익 올리면 현금 받아

불법 사설서버 내 도박 콘텐츠를 이용해 대리 배팅을 진행하는 유튜버.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불법 사설서버 게임에서 이뤄지는 도박 콘텐츠를 중계하고 시청자들을 대신해 대리 베팅까지 하는 유튜버들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사설서버 플레이 영상을 스트리밍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게임 내 도박 콘텐츠를 송출하고 대리 베팅을 진행해왔다.

10일 유튜브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자 온라인 게임 불법 사설서버에서 벌어지는 도박을 유튜버 4~5명이 생중계하고 있었다. 게임 내 마련된 달리기 경기장에서 NPC(Non-player Character) 5마리가 결승점을 향해 뛰어가자 유튜버들은 경마장 아나운서처럼 각 레인별 경주상황을 중계했다. 도박 콘텐츠 영상을 송출하면서 이들은 시청자의 게임머니로 경마를 모사한 불법 사설서버 내 도박에 베팅했다. 의뢰받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했다. 베팅으로 수익을 거두면 유튜버들은 시청자들로부터 현금 후원을 받았다. 족보라고 불리는 승률 분석표를 제시하는 한편 2교대 24시간 방송을 진행해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을 모집했다. 스트리밍 시청자는 250~400명에 달했다.

이러한 행태는 불법 사설서버 플레이 영상을 스트리밍해도 현행법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법률의 미비에서 시작한다. 불법 사설서버를 운영하고 유통 및 홍보를 할 경우에만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산업법)'에 위배돼 처벌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불법 사설서버에 대한 스트리밍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틈탄 일부 유튜버들이 불법 사설서버 영상을 송출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각지대를 이용해 사설서버 내 도박 콘텐츠를 송출하며 대리 베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버들이 불법 사설서버 도박 영상을 스트리밍해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시청자들은 유튜버에게 대리 베팅을 요청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의 돈을 대신 베팅해 높은 수익을 얻게 되면 현금 후원을 받게 된다. 이들은 스트리밍 영상에 후원자 명단과 금액을 게시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유튜버의 도박 승률과 배당금에 따라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 불법 사설서버에 접속해보니 2배에서 10배가 넘는 각 레인별 배당률이 기록돼 있었다. 배당률이 높은 상황에서 승률이 좋은 유튜버가 대신 베팅해주면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

유튜버들의 대리 베팅을 근절하려면 원천적으로 스트리밍이 이뤄지는 사설서버를 폐쇄하거나 차단한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허가 없이 정식 온라인게임을 복재ㆍ변조해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시정권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게임물의 사후관리 영역이 사설서버 외에도 많아 모니터링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불법 사설서버로 인한 산업피해 규모는 2조4385억원으로 추산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한 사설서버의 수는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후관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