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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포기했던 나…끝까지 붙잡아준 소년원 선생님 덕분에 변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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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8>'범죄소년'을 말하다

박보희 한국소년보호협회 주임 인터뷰

중학생 시절부터 폭력 휘말리며 두번이나 소년원
"세상에 존경할 어른은 없다" 생각했지만
각별했던 소년원 선생님과의 인연 토대로
협회서 근무하며 자신과 닮은 청소년 도와

박보희 한국소년보호협회 주임. /문호남 기자 munonam@

박보희 한국소년보호협회 주임.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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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경기도 의왕시 한국소년보호협회에서 만난 박보희(29ㆍ여) 주임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업무에 쉴 틈이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업무를 소개할 때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위기 청소년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협회에서 행정업무와 청소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가 유독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 역시 소년원을 두 번이나 다녀온 '비행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박 주임은 중학생 시절부터 늘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그의 비행은 단순 폭력에서, 경제 관련 사건으로 옮겨가며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소년원을 들어갔다. 소년원에서 나온 뒤 자립여건이 마땅치 않자 또 다시 범죄에 빠졌다. 1년 만에 두 번째 소년원에 보내졌다. 박 주임은 "모두가 쟤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미 예고된 성인범으로 취급했다"며 "나조차도 나를 포기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본인조차 포기했던 그였지만, 소년원에서 시작된 인연이 그를 변화시켰다. 소년원에 있을 당시 자신을 담당하던 선생님(계장)만큼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님은 박 주임에게 출원한 뒤 가정으로 돌아가지 말고 현재 협회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관에서 지낼 것을 권유했다. 또 박 주임의 학업이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선생님은 그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발 벗고 찾아 나서기도 했다.


선생님의 노력에도 박 주임은 쉽게 마음을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생긴 사건은 그를 180도 변하게 했다. 박 주임은 당시 생활관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해 2박3일 휴가를 받아 친구들이 있던 부산에 갔다. 그러면서 생활관 복귀 일정을 어겼다. 보호관찰 보고 규정도 어기며 결국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겨졌다. 성인으로보자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같은 것이다. 선생님과 차를 타고 심사원으로 향했다.


박 주임은 "선생님은 늘 당당한 분이었는데, 그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며 "선생님은 '우리 보희 한번만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고, 내 주변 어른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유년시절 수없이 경찰서를 다녔지만 한번도 보호자가 온적도 없었고, 이 세상엔 존경할만한 어른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날, 정말 이 분 만큼은 실망시켜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선생님은 박 주임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 주임의 구인장은 기각됐다. 유례가 드문 판사의 결정이었다. 당시 사건 이후 선생님과 박 주임은 서로를 '엄마'와 '큰 딸'로 부르며 지낼 정도의 각별한 사이가 됐다.


다시 한 번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할 위기를 벗어난 박 주임은 대학 진학에 성공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5년 전 인턴 근무를 시작으로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준비 중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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