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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천사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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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천사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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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종전 후 작품과 사회활동을 통해 독일사회의 모순과 불의를 비판하며 ‘독일의 양심’으로 불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 1946년 헤르만 헤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독일에서 26년 만에 197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펜클럽 회장(1970~72)과 국제 펜클럽 회장(1971~74)을 역임하는 등 독일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신망이 두터웠던 작가의 마지막 출간작이다. 1949년 이전에 집필되었지만, 세계대전에 대한 묘사를 극도로 꺼리던 당시 독일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작가 사후인 1992년에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독문학자이자 소설가인 W. G. 제발트가 전후 독일문학 작품 가운데 당시 폐허에 직면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경악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한 유일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독일군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와 군법무관 서기 빌리 곰페르츠가 목숨을 맞바꾸는 사건을 발단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후의 폐허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세계대전 중 신은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임홍배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아 하인리히 뵐 문장의 결을 세심하게 살렸으며, 면밀한 해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혔다.


이 작품에서 하인리히 뵐은 종전 후의 일상을 온갖 폐허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1장에서 반복되는 ‘냄새’에 대한 묘사는 전쟁이 남긴 폐허가 공간적인 차원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삶의 환경을 숨막히게 바꿔놓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2장에서는 전복된 전차에서 생쥐가 시끄럽게 찍찍대는 모습을 그리며 독일인이 자신들이 페스트를 옮기는 생쥐 족속으로 전락한 현실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9장에서는 언덕 너머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류의 한세대가 완전히 멸망하고 새로운 미지의 종(種)이 탄생할 것을 암시한다. 13장에서 성당 내부에 모신 성인들의 조각상마저 파괴돼 ‘악마적 흉측함’을 드러낸 모습은 전쟁폭력의 악마성을 보여주며, 과연 신앙이 최후의 위안과 구원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하인리히 뵐 지음

임홍배 옮김

창비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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