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사망’ 정태수 전 한보 회장 150페이지 분량 유고 남겨(종합)
지난해 12월 1일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유고(遺稿)를 검찰이 확보해 분석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4일 “A4용지 약 150쪽 분량 정도 되는 (정 전 회장) 유고가 있다”며 “정 전 회장의 육필(肉筆)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한 직후부터 2015년까지 유고를 작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피 이전에) 과거 사업하던 시절 얘기가 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한근씨는 정 전 회장이 자서전을 써달라는 취지로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유고에 정 전 회장 재산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가 검찰에 부친 사망 확인용으로 제출한 서류들이 에콰도르 정부가 발급한 공식 문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출입국관리소 및 주민청 시스템에 이 서류상의 내용과 동일한 사망사실이 등록돼 있으며, 사망확인서도 진본임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망을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공식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정태수 전 회장 사망확인서 사진(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앞서 정씨가 제출한 서류는 에콰도르 과야킬 시청이 발급한 사망확인서, 사망등록부, 공증인이 작성한 무연고자 사망처리에 관한 공증서류, 장례식장이 발급한 화장증명서 등이다. 사망등록부에는 사망원인이 만성신부전 등이며, 의사가 사망을 확인했다고 기재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에콰도르에서 정 전 회장과 정씨는 모두 타인의 인적사항을 사용했기 때문에 서류상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정 전 회장은 무연고자인 상황이었다"면서 "무연고자인 정씨의 모든 사망절차를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현지 공증인(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사망신고 등 행정절차와 장례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씨가 제출한 노트북 컴퓨터에서도 정 전 회장의 사망 직전 사진, 입관시 사진, 장례식을 치르는 사진과 동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국내에 있는 형 정보근씨(56)에게 부친의 사망 직전 모습과 장례식 사진 등을 전송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의 셋째 아들인 보근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부친 사망 당시 동생이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망사실을 알리고 관련 사진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망을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공식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정태수 전 회장 유골함 사진(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검찰은 이 같은 정황과 객관적 기록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이 숨진 것으로 결론 낸 후 유골함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한근씨는 부친 사망의 증거로 유골함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화장된 유해여서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에콰도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한근씨는 파나마에서 붙잡혀 송환됐다. 그는 "부친 유골함을 한국으로 보낼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다가 파나마에서 검거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근씨가 아버지와 관련된 조사를 받을 때마다 거의 통곡을 한다"며 "만리타향에서 돌아가시게 한 데 대한 회한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체납된 세금 환수 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회장은 2225억원에 달하는 국세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납된 세금은 상속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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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등을 거쳐 2010년 에콰도르에 정착했다. 그는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츠카이 콘스탄틴(TSKHAI KONSTANTIN)이라는 이름의 1929년생 키르기스스탄인으로 위장해 정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 제2의 도시인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하려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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