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목적 벗어나 입시학원 변질한 자사고, 일반고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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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단체ㆍ지역사회ㆍ정치권 곳곳에서 자사고 평가의 정당성 및 자사고 존립 필요성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자사고 논란에 있어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일은, 현재의 자사고 제도가 처음부터 있어 왔던 것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운영된 제도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근거,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우리나라 교육이 여러 난맥상에 빠져 있으니 모범이 되는 좋은 학교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일반학교보다 자율권을 더 부여한 학교인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자립형사립고 6개가 지정됐고, 이명박 정부 때 자율형사립고 50여개가 지정된 후 일부 조정을 거쳐 현재 40여개의 자사고가 존재한다.

자사고가 애초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누가 보아도 현재 대부분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기보다는 다분히 입시 명문고로 자리 잡고 있다. 간단히 생각해 학생과 학부모 중 자사고가 교육적으로 훌륭해서 선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입시에 유리하고 학맥ㆍ인맥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 자사고를 선택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현실이다. 실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오영훈 국회의원실과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생, 학부모의 자사고 선택 이유 1위는 '면학분위기(72%ㆍ복수응답)'였다.


혹자는 그 이유가 무슨 잘못이냐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면학분위기가 자사고 정책의 목표는 아니다. 자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초ㆍ중등 교육은 과열된 입시 경쟁에 이미 멍들어 있다. 굳이 자사고를 추가로 만들면서까지 과열 입시 경쟁에 우위를 차지하는 학교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사고 존립의 필요성으로 학부모 등 관계자들이 높은 학교 만족도를 이유로 드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참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만 모아 놓고, 더구나 일반고보다 3배에서 많게는 9배 이상의 등록금을 감당할 가정환경의 학생들만 모아 놓았으니 내적으로 당연히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자사고의 지정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면학분위기와 학교만족도를 통해 자사고 존립을 요구하는 것은 엘리트 교육을 따로 받겠다고 하는 이기적 욕심의 발현일 뿐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는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운영 목적을 벗어난 자사고는 일반고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다. 또 한 가지, 자사고가 재지정이 안 된다고 해서 학교가 폐쇄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일반고로 전환될 뿐이다. 일반고 전환은 신입생부터 적용되며 기존 학생들 졸업 시까지 자사고는 유지된다. 그러니 자사고 재지정 실패가 학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준다는 식의 주장도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다.


재지정 평가에서 일부 학교는 통과하고 일부 학교는 취소판정을 받았다. 다음 주 중에는 서울 지역 자사고 13곳에 대한 결과가 발표된다. 각 시도교육청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진행한 평가인 만큼 교육부는 교육청의 결정을 존중하고 일반고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멈춰서는 안 되며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정책을 근본적으로 손질하고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찬성 47%ㆍ반대 15%ㆍ2018년 한국교육개발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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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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