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실험'

서울·경기 이어 전남 해남서 '농민소득' 지급
경북 봉화·청송도 추진
정치권도 논의 관심…재원 마련 논란·여론 형성은 과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 17만5000명을 대상으로 청년기본소득 1750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27일 "현재까지 약 4000여 명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전남 해남군은 26일부터 1만2487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개념이 포함된 농민수당 30만원씩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정 소득을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하자는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재정 확보 등 넘어야할 산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기본소득 개념은 2016년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등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면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최근에는 전남, 전북, 경북 등 타 지자체에서도 비중있게 검토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경북에서는 봉화군이 영남권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청송군도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세대당 연간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도 관심을 보이면서 다른 지자체의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경기도 여주, 이천시도 기본소득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기본소득 문제 권위자로 알려진 박경철 충남연구원 박사는 "인구소멸 위기지역에서 기본소득 제도 도입이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비정부기구(NGO)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최근 이와 관련한 매체 창간을 준비중에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과 공동포럼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현재로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가 주최한 기본소득 박람회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이종걸, 유승희(이상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성호 의원은 "인공지능(AI)과 생산자동화로 대표되는 일자리 없는 저성장, 구조적 저성장이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기본소득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기본소득은 가처분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7년 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복지시스템 전반을 기본소득 중심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내 논의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성호 의원은 "국회의원 한두명이 법안을 발의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당이나 연구원 차원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다루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보다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