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본은 무엇일까

우연히 '골목식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다. 백종원씨가 식당 구석구석 청소 상태를 확인하는 장면에 관심이 가 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겉은 번듯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은 청소 상태가 엉망이었다. 음식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혼이 난 식당 주인도 있고, 이틀 아르바이트한 것이 음식을 배운 전부라고 대답하는 식당 주인도 있었다. 음식에 대해 지적을 받자마자 품목을 바꾸겠다고 한 출연자의 말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대학원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 대신 프랑스 요리를 배워온 선배는 귀국 후 한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고 백수로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 대학 조리학과 교수로 자리 잡긴 했지만,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고정관념의 벽을 뛰어넘기는 여전히 어렵다.

선배와 오랜만에 만나 나눈 대화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탈리아 음식점을 개업한 다른 선배의 아들 소식이었다. 대기업을 마다하고 대학가에 일인식당을 개업한 것이 대단해 보여 과연 요리가 맛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선배는 단 한마디로 평가했다. "기본은 됐고."

'요리의 기본?'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다시 물어보았더니, 면을 제대로 삶을 줄 안다는 것이었다. 강남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달짝지근한 맛이 아니라 잔재주 부리지 않은 정직한 맛, 그 기본이 면을 제대로 삶는 것이라니! 요리의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는 비평은 처음 식당을 개업한 젊은이에게 꽤 좋은 칭찬의 말이었다. 참 신선한 이야기였다.

주지 소임을 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사'를 하고 있다. 불사의 사전적 의미는 '부처님의 교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사업'이지만, 절집에서는 보통 절을 짓고 불상 등 조형물을 조성하거나 각종 설비를 시설하는 일을 일컫는다.

불사에 필요한 기금을 모으고 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디자인을 고르는 등 모든 일을 신도들과 의논하며 진행했다. 처음으로 건축주가 된 나는 그야말로 교과서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런 까닭에 이른바 '업자들'의 관행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찰이나 교회 공사를 많이 해보았다고 큰소리 치는 업자들과 일을 하면서 그들이 알고 있는 사찰과 교회의 관행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눈먼 돈이 넘쳐나는 곳, 모든 결정을 주지가 마음대로 하는 곳 등등.

하지만 자기 일을 제쳐두고 온갖 힘든 일을 두말없이 돕는 신도들과 함께 일을 하며 하루하루 그들도 달라졌다. "이 절은 좀 다르네요."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어요. 신도들도, 스님도 모두 열심히 하니까 나도 모르게 열심히 하게 돼요." 그들의 말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그들의 관행을 알지 못해 겪은 어려움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관행과 한참 다른 우리 절 상황이나 공사판의 관행은커녕 사찰의 관행조차 몰랐던 초임 주지인 나 때문에 그들이 겪었을 혼란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과 관행이 다른 사회, 기본쯤이야 가볍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국수를 삶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라면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주지의 기본은 무엇이며, 사찰의 기본은 무엇일까? 정치의 기본은 무엇이며, 사회의 기본은 무엇일까?

명법스님 구미 화엄탑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