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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코리아]해외진출 큰 꿈? 쫓기듯 나가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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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미래 기약 어려워 사실상 도피

작년 중기 해외투자 100억2000만 달러…전년보다 31.7% 늘어

중국 45.7%ㆍ베트남 25.8% 쏠림 극심…美ㆍ日ㆍEU행은 극소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경기도에 공장을 두고 수도 등 각종 배관 부품을 만들어 파는 업력 18년의 중소기업 A사는 올 초부터 시작한 베트남 이전 준비를 최근 마무리하고 마지막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 베트남 현지 공장과 사무실 정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오는 8월께 현지 인력채용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금은 회사 이전에 따른 납품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량을 미리 확보해두는 일에 눈코 뜰 새가 없다.

A사 김명환(52ㆍ가명) 대표는 "2010년대 중반 들어 연매출이 50억원 안팎까지 오르며 사업이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이후로 30억원 중반대를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면서 "사업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기에 대한 감이나 촉이 있지 않겠나. 한국에서는 목표를 높게 잡아봐야 현상유지. 지난 몇 년간 상시적 구조조정밖에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A사는 최근 2~3년 동안 2%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가까스로 유지해왔다. 사업의 특성상 5% 정도는 돼야 영업신장을 위한 최소한의 재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불경기가 고착화하고 원재료 가격 인상 같은 애로가 급격하게 커지는데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다보니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도 성장할 여지가 안 보인다"면서 "해외진출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럴듯하게 바라보는데, 누가 내 나라 떠나서 모험을 하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김 대표처럼 한국을 떠나 동남아와 중국 등 해외에 새 터전을 마련하는 중소기업이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더 큰 미래와 새로운 꿈을 좇아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미래를 기약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사실상 '도피'하는 모습이다.

[脫 코리아]해외진출 큰 꿈? 쫓기듯 나가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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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의 '2018년 해외직접투자 동향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해외 투자금액은 약 100억2000만 달러로 2017년(76억500만 달러)에 견줘 31.7%나 증가했다. 대기업들의 투자금액(387억5000만 달러)보다 절대액은 낮지만 증가율은 6배가 넘는다. 2014년에는 32억6500만 달러, 2015년에는 47억8000만 달러, 2016년에는 66억8700만 달러였다.전체 투자금액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중은 2014년 83.5%대 11.4%에서 지난해 76.0%대 20.1%로 좁혀졌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2018년 중소기업 10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 기업 10곳 중 9곳에 가까운 85.5%가 "향후 2년 내에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해외투자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올해와 내년을 거치며 '탈(脫)한국 러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중소기업이 탈코리아에 나서고 있지만 선택지는 좁다.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크지만 인건비나 운영비를 줄이려고 우리나라를 떠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2018년 중소 제조기업수출경쟁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 수출 제조기업 중 4분의1인 25.4%가 해외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거점은 중국과 베트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해외생산거점 국가로는 절반 가량인 45.7%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꼽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베트남(25.8%)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미국(5.9%), 인도네시아(5.1%),아세안(3.1%), 유럽연합(3.1%) 등의 순이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주요 수출시장 내 생산거점을 두는 방안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과 일본이 주요 수출시장일 경우 중국이, 그 외의 경우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로부터의 생산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2년 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특히 부품소재기업들의 탈한국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차 협력사인 한 IT업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해외 이전을 할 것인지 폐업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단가압박으로 전체 물량의 10%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실정"이라면서 "중소기업의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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