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필리핀 호텔방 총기사망 사건' 유력 용의자 국내 압송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3년 전 필리핀 마닐라 호텔에서 발생한 한국인 총기 사망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국내로 송환됐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질강도미수 및 살인 혐의를 받는 전모(48)씨가 이날 오후 5시께 필리핀발 비행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압송됐다.

경찰은 2016년 7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한국인 투자자 김모(51)씨의 총기사망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전씨를 지목하고 추적해왔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최초 사건의 발단은 전씨가 공범 송모(48)씨, 신모(36)씨 등과 함께 김씨를 상대로 ‘셋업’ 범죄를 저지르기로 공모한 것이 시작이다. 셋업 범죄는 형사사건을 만들어 현지 사법당국에 체포되게 만든 후 이를 봐주겠다고 접근해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의 범행을 말한다.

전씨 등은 2016년 6월20일 김씨를 현지 여성 강간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되게 한 후 석방시켜주겠다며 3억원을 요구했다. 김씨는 이를 주지 않고 9일 뒤인 6월29일 우리 돈 280만원을 내고 보석 석방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전씨 등을 국내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그리고 범행에 실패한 지 이틀 뒤인 7월1일, 전씨 일당이 함께 있던 마닐라 호텔방에서 공범 중 한 명인 신씨가 우측 관자놀이에 총을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한국 경찰은 셋업 범죄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될 상황에 놓이자 전씨가 신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거나, 전씨가 직접 총을 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경찰은 전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필리핀 사법당국과 공조해 2017년 4월6일 마닐라 현지에서 전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필리핀 현지 재판으로 송환이 지연됐고, 결국 필리핀 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올해 3월26일에서야 추방 명령이 떨어졌다.

경찰은 필리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와 화약류 검출반응 검사결과서 등 수사기록 일체를 확보하는 한편, 당시 사건관계자 면담을 통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6년 8월 국내에 귀국한 송씨는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 중으로, 정확한 혐의 확인을 위해 전씨 송환까지 기소중지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이날 필리핀에서 쇼핑센터 투자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 김모(60)씨도 같은 항공편으로 국내 송환했다.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앞으로도 끈질긴 수사와 추적을 통해 해외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관련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