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치유캠프 가보니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등
잠재적 위험·고위험군 대부분
입소하면 영상기기와 단절
보드게임 등 머리·몸쓰는 생활
또래와 함께 적응해나가
[아시아경제(무주)=이현주 기자]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랑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머리도 쓰고 몸도 쓰니까 스마트폰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더 잘 보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김모(15)양은 담임선생님이 게시판에 붙인 '드림마을 입소 모집 공고'를 보고 호기심에 지원하게 됐다.
김양은 "폰압(스마트폰 압수)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이 생겨 서로 얼굴을 보기가 싫을 정도였다"며 "친구 공기계를 가져와 몰래 게임하다 혼난 적도 있다"고 했다. 오버워치·카트라이더 등 게임을 주로 즐기는 김양은 평일 6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PC방도 자주 갔다. 그만큼 스마트폰 없이 견뎌야 하는 드림마을 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입소했을 땐 스마트폰 생각도 계속 나고 집에도 가고 싶었어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멘토를 만나고 또래 친구들과 지내다보니 폰 생각도 덜 나고 조금씩 나아졌죠." 2주 과정을 마친 김양은 4일 퇴소해 집으로 돌아갔다.
청소년(만 13~19세)이 인터넷·스마트폰 과몰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2014년 문을 열었다. 입소 전 청소년들은 K척도(인터넷 과의존), S척도(스마트폰 과의존), 부모님과 선생님 등 관찰자 척도 등을 평가 받는데, 주의 사용군(잠재적 위험군·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과정을 끝마친 중학교 1학년 한 학생은 드림마을에 남긴 소감문에 "폰을 못하니 정말 불편했죠. 그런데….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점점 잊혀졌어요. 폰 생각이 안 나다 보니 가족이 그리워졌어요. 갈수록 더욱 더"라고 썼다.
청소년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과몰입 하는 이유는 주로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드림마을에서 멘토로 활동 중인 신희지(23·여)씨는 "스마트폰이나 게임 외 흥미를 느낄만한 다른 활동이 없거나 교우관계가 좋지 않아 스마트폰에 과몰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의존이라는 단순한 현상에 집중하기보다는 각각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빠져들게 된 환경적 부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일단 드림마을에 입소하면 모든 영상기기와 단절된다. 이를 견디지 못해 중도 퇴소하는 청소년들도 각 기수별로 2~3명씩 된다고 한다. 1회 기수는 약 30명 정도로 성별 구분되며 1~4주 과정까지 있다. 3~4명이 한 조가 돼 멘토 1인과 함께 생활한다. 멘토 나영우(23·여)씨는 "서로 모르는 친구들에 둘러 쌓인 낯선 환경에다 스마트폰까지 사라지니 처음엔 대체적으로 무기력하고 우울한 경향을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과정 마지막 날이 오면 선생님과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드림마을 과정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자기효능감'과 '통제력' 강화다. 심용출 드림마을 캠프운영부장은 "하루 한 끼 폭식 후 두세 끼니를 굶는 등 중독 청소년들은 불규칙한 식이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아 식단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교육 과정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무주=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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