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실물 경제로 넘어 온 영화 <기생충> 기세가 대단하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금자탑 황금종려상 상패를 들고 금의환향하자 한국 관객들은 총출동 태세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1일(토요일) 하루에만 112만7000여명이 찾아들어 누적 관객 237만명을 돌파했고 일요일 중 30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손익분기점인 370만명을 벼락같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은 이미 192개국에 선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총 제작비 150억원을 가볍게 토닥거리는 역대급 투자 수익률을 예고하고 있다. 뭐랄까 그런 꿈 같은 순간이 찾아들어 살짝 불안하기도 한 그런 묘한 황홀감이 온통 서울 하늘 위를 뒤덮고 있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 마음껏 영광을 누리고 공치사를 해가며 '기생충 보세요'라고 입소문을 나누는 와중에 얼음물 한 반가지 떠온 훼방꾼도 눈에 띈다. 으리으리한 잔칫집에 가면 꼭 하나둘쯤 분위기 확 깨게 만드는 주정뱅이나 욕쟁이가 끼게 마련이다. 여기 황금종려상 연회장 초인종을 눌러대는 불청객. 그 이름은 실물경제다. 영화 <기생충> 소매를 끌고 자꾸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는 침묵의 전령, 실물경제가 대저택 철문을 열고 서 있다.
한국 영화의 질적, 외형적 성장은 사실 그동안 대중과 상당히 괴리되어 왔다. 대략 2003년부터였다. 박찬욱 <올드보이>, 봉준호 <살인의 추억> 두 걸출한 명작이 나온 2003년 뚜렷한 성취를 달성하자 한국 영화계는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칸 영화제가 있는 유럽에서 예술성을 평가받아 세계 문화사 주류에 들어가자는 데 다들 의기투합했다. 마침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칸으로 가는 코리안 특급열차는 굉음을 울리며 발진할 수 있었다. 이후 박찬욱ㆍ홍상수ㆍ김기덕ㆍ이창동 그리고 배우 전도연과 미술감독 류성희까지 서구 영화예술계의 최고봉 제1좌에 너끈히 안착할 수 있었다.
이 17년쯤 되는 기간, 프랑스 칸을 수없이 왕복하는 동안 한국 영화 설국열차는 안타깝게도 할리우드에는 가 닿질 못했다. 세계 최대 브로드 마켓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인 아카데미 영화상, 거길 들어가질 못했다. 수십 년째 맴돌다가 어디 설산에 처박힌 엔딩 장면처럼 헛바퀴만 돌려왔다.
할리우드에서 오스카상을 거머쥐지 못한 현상은 누가 뭐라 해도 영화산업 성과 지표에 해당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노벨상 이상으로 값지고 위대하여 무한한 자부심으로 깊이깊이 새겨지고 있다. 영화 예술 영역에서 이룬 피, 땀, 눈물의 성취다. 동시에 오스카상에서 수상은 고사하고 여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노미네이트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는 오랜 낭패감은 영화산업 실물경제부문 최악의 성적표에 다름 아니다.
작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2009년 봉준호 영화 <마더>도 한국 국가 대표로 골라 내밀었으나 신년 초마다 발표하는 노미네이트 후보작 반열 안에 결코 들어서질 못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난 김기덕 감독 <피에타>마저도 LA 영화 학도들의 짧은 탄성을 뒤로 하고 총총히 사라져 갔다.
바라건대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는 그 순간까지는 샴페인 10병 정도는 남겨두었으면 한다. 맥주 100박스, 막걸리 수백 궤짝들은 아껴두어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91년 전 역사에서 식민지마냥 억눌려온 코리안 콤플렉스를 깨트릴 그날을 대비하자.
오스카상에 다가서지 못한 콤플렉스는 곧 실물경제 실패다. 미국이 상징한 자본의 예술 그리고 세계 시민 전체를 응대하는 브로드 마켓 기회를 쟁취하느냐 하는 절체절명 기회이기 때문이다. 황금종려상이 미학 매너리즘이라면 오스카상은 현실 슈퍼 파워 현대 서구 가치와 어울려 창조적 파괴까지도 가능한 트로이의 목마일 수도 있다. 실물경제 1좌, 에베레스트 도전을 결코 저버릴 수 없음이다.
지금이 바로 과녁을 돌려 태평양 너머 할리우드 돌비 시어터로 정조준할 적기다. 20년 가까이 줄기차게 공략해온 칸 영화제를 딛고 황금종려상 그 너머 실물경제 신대륙 브로드 마켓으로 들어설 입국 비자로서 오스카상을 향해 결의를 다질 때다.
영화 <기생충> 또는 그 후예들이 할리우드 도장마저 깨버리는 그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진짜 유망한 학생, 청년들이 다름 아닌 창조와 모험의 멋진 신세계 콘텐츠 산업으로 진로를 결정할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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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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