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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게임 금단현상ㆍ내성, 과학적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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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 것이 정신장애의 증거로 둔갑할 판이다. 이달 말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공식등재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초안대로 확정된다면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축적돼 정신장애를 판단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수많은 연구가 무엇을 밝혀냈는지를 보면 오히려 게임이용장애의 실체가 있기는 한건지 더욱 의구심이 든다.


의학계에서 밝힌 중독의 핵심 증상은 금단현상과 내성, 그리고 갈망이다. 지난 20년 동안 게임중독이란 이름으로 연구된 결과들을 종합할 때 금단현상, 내성, 갈망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 증거는 이번 ICD-11의 게임이용장애 진단기준에서 이 세 가지 특성이 빠진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적 연구는 분석(分析) 과정이 필수적이다. 쪼개고 나눠 명쾌하게 밝혀내는 분석이야말로 과학을 누구나 신뢰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그런데 게임이용장애는 쪼개고 나눠 연구할수록 명쾌해지기는커녕 금단현상, 내성, 갈망이란 중독핵심 증상이 엉겨붙어 실체가 불분명해진다. 애초 잘못된 연구대상이거나 좋게 평가해도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연구 결과가 정신장애 공식화의 증거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초안에서 제시한 진단기준 역시 진단력이 의심된다. 알려진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행동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 등의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의 수준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나타날 때 등이다. 일면 타당한 듯하지만 게임 대신 종교나 자녀교육, 반려동물 등을 대입해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저런 행동이 진정으로 문제라면 '종교활동장애' '자녀교육장애' '반려동물장애'도 만들텐가? "의학이 너무 발전해서 건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반세기 전 올더스 헉슬리의 말이 떠오른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게임이 확산된 최근 10년 동안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율은 감소하고 우울증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게임이용장애 관련 연구가 상관 수준의 분석이란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 지표는 게임이 장애로 진단될 정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행동들과 밀접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다.


최근 게임은 독자적 카테고리가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 확산되는 문화적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한 예로 시청자가 상황을 선택하는 인터렉티브 드라마는 역할수행게임(RPG)과 차이가 없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등장하는 게임은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 활동과 게임의 경계를 허물었다. 콘텐츠 전문가도 게임의 영역 구분이 어려운데 정신과 전문의가 구분해서 진단을 하고 치료까지 하겠다니 이건 판타지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프로게이머 겸 게임 전용 방송 '트위치'의 인기 진행자(스트리머) '닌자'는 최근 미국 타임지의 '2019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제2의 닌자'를 꿈꾸는 수많은 청년들은 용기를 북돋아야 할 대상일까, 치료의 대상일까?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정신보건전문가의 경험으로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멀다.


이장주 심리학 박사ㆍ 게임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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