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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기울어진 운동장' 만들기, 무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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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 보는 걸 즐긴다. 특정 팀에 목매는 것도 아니지만 경기 중계를 직접 못 본 날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챙겨볼 정도로 좋아한다. 특별한 꼼수나 불공정이 끼어들 여지가 적고 땀과 투지, 기량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 매력적이어서다.


자, 그런데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자. 1위 팀 단장이 보니, 이게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매스컴을 비롯한 관심과 사랑은 물론 경기 수입도 쑥쑥 커진다. 구단주 사랑도 듬뿍 받는다. 계속 1위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해서 약간의 장치를 하기로 한다.

도무지 플레이오프를 꿈꿀 수 없는 만년 하위 팀에 '당근'을 제안한다. 줄 건 많다.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 쓸 수 있게 한다든가 짬짜미가 가능하도록 하위 팀을 전담하는 팀별 전속 심판제를 도입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우리 팀? 장기 집권을 위해 얻는 게 있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외국인 선수 연봉제한을 없애는 안을 슬그머니 밀어 넣으면 된다. 눈 질끈 감고 30승 투수와 60개의 홈런을 치는 타자를 영입하면 1위는 떼어 놓은 당상일 테니까.


잠재적 경쟁자인 2위 팀의 반대? 명분은 충분하다. 경기 수준을 높이거나 팀 간 전력평준화로 경기의 긴박감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 된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신 하위 팀들 덕에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현실에서의 가능성은 제쳐두고 이런 일이 마땅한가? 이렇게 하면 경기 수준이 높아지고, 야구 관중이 좋아할까? 1위 팀 말고 누가 덕을 보는 것인가? 아니, 무엇보다 다수 의견이라 해도 같이 경기를 할 2위 팀을 빼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옳은가?


이제 짐작이 갈 것이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선거법ㆍ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는 사태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낯선 명칭의, 국민 대다수가 그 계산법을 잘 모르는 새 선거제도는 소선구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표(死票)를 줄여 유권자의 뜻을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건 인정한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에는 직능별 대표를 뽑아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그간 우리 정치사에선 총재나 당수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당료, 명망가와 '헌금'을 많이 내는 재산가들 위주로 뽑아 '당리(黨利)'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던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에 대한 개선안은 마련됐는가.


더불어민주당은 누구를 위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바른미래당 등 군소정당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여기에 동조하고 나선 것일까. '동물국회'란 비판을 쏟아내기 전에, 이번 사태로 검찰에 고발된 몇십 명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던져야 할 의문 아닐까. 아니 할 말로 현행 선거법으로 2020년 총선을 치른다면 국가에 어떤 불행이 생기는가. 선거법이 개정되면 국민 입에 들어가는 밥술이 조금이라도 느는가.


프로야구 이야기로 돌아가자. 1위 팀의 '묘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기 위한 꼼수다. 경기 룰을 만들려면 다수결이 만능이 아니다. 그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동의해야 한다. 2016년 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구 확정을 두고 여야가 대립했을 때 당시 야당인 문재인 대표는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다.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발했단다. 그 발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국당 측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라고 날을 세우는 것이 이해가 가는 까닭이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이 진실로 궁금하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에는 입을 다물다가 생색을 낼 만한 일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는 측근의 답 말고 말이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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