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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노포 보존 위해 10년 공들인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중단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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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을지로 세운상가 재개발을 둘러싼 '보존과 개발'의 해묵은 논쟁이 뜨겁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소위 을지면옥 등 노포 보존의 필요성, 세운상가의 산업기반 해체 우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재개발을 주장하는 조합 측에서는 일부 노포 가게들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10년 가까이 진행했던 재개발 사업을 중단할 만큼 노포 보존이 중요하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재개발에서 항상 주장해오던 이슈다. 다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적 입장에서 두 가지의 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개발과 보전의 상생 시점이다. 도시 재개발은 필연적으로 도시공간의 변화를 수반한다. 개발과 보존의 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로 재개발 당시 피맛골 사례를 보자. 1980~1990년대 종로의 도심 재개발 당시 피맛골 등 옛길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이 진행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하지만 피맛골 보존을 위해 재개발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후 재개발지구는 피맛골을 보전 계승하면서 나름대로 재개발을 실현해가고 있으며 실제로 피맛골 보전뿐만 아니라 하천(청계천 지류) 복원 등 다양한 보전활용수법이 적용됐다.

도시에서 역사적 건축물(자산)의 보전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노포 상점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다. 건축물(자산)의 경우 '보전' 수법을 통해 건축물이나 장소 등을 계승 발전시켜가면서 개발과 보전의 상생 방안을 도출해갈 수 있을 것이다. 즉 개발과 보존의 이념적 접근보다는 보다 현실적으로 개발과 보전의 상생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보전 재생된 역사적 자산이 먼 훗날 보존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50년의 노포 역사 못지않게 향후 100년 이후의 노포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시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점은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이번 을지로 세운상가 재개발 중단 사태에는 역사 보존의 당위성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모든 도시 재개발 사업은 법에 정해진 프로세스가 있다.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계획위원회, 문화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대규모 도심 재개발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준비하고 진행해가는 데 많은 노력과 재원이 소요된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는 옛길 보전 등 역사적 건축물의 보전 활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많은 논의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행정절차를 통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사업진행 과정에 행정권의 재량으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변경하거나 연기하게 되면 행정집행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행정의 불신은 역사적 건축물이 사라지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시스템 체계에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노포 보전이 중요한 문제라면 도시계획위원회, 문화재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행정 측이 정치적 정무적 판단으로 재개발을 전면적으로 보류하기 시작하면 향후 도시계획위원회의 절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 프로세스의 신뢰성을 담보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시스템 정립에 있어 절차(프로세스)적 중요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물론 대규모 도심 재개발의 경우 시대적 이슈와 환경 변화에 따라 개발과 보전의 방식에 있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충분한 논의와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가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주사회는 절차적 정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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