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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문 닫은 롯데百 인천점…실직한 직원들 "일자리 정부라면서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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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지난달 28일 영업을 종료했다. 영업종료 당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의 모습.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지난달 28일 영업을 종료했다. 영업종료 당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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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화점 용도' 한정에 부지 매각 10여차례 실패

직원들 "아울렛 최적 위치, 유치 땐 고용승계 가능했는데…"

일부는 실업급여도 못 받을 위기…대책 없이 발만 동동


[인천=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오늘 밤 8시가 지나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합니다. 일자리 정부라더니 되레 수천 명을 거리로 나앉게 만들었어요."

롯데백화점 인천점 패션매장 직원인 진문수(38ㆍ가명)씨는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8년간 이곳에서 일했다는 진씨는 지난달 28일 인천점 영업 종료로 당장 살길이 막막해졌다. 그는 "갈 곳 있는 브랜드 직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면서 "폐업 소식을 들은 뒤 일자리 걱정으로 밤에 잠도 못 잔다"고 울먹였다.


2002년 8월23일 개장한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부지 매각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영업을 종료한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함에 따라 올해 5월19일까지 인천ㆍ부천 지역 2개 점포를 기존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지역에서 롯데백화점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상승했다는 이유에서다.


영업종료 당일인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1층의 한 매장 모습.

영업종료 당일인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1층의 한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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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종료일에 찾은 인천점은 이전을 앞둔 부산함보다는 실업과 앞으로 먹고살 길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내부 분위기도 다른 백화점과 사뭇 달랐다. 점심시간임에도 7층 식당가에는 손님이 있는 테이블이 10개도 넘지 않았다. 업무 종료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몇몇 매장은 짐을 모두 빼 황량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영업을 지속하는 매장에서도 직원들은 재고 물건을 확인하는 서류를 바라보며 방 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하 1층 리빙관만 마지막 떨이 판매를 찾은 손님들로 붐볐다.

백화점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가장 큰 화두는 실업 문제였다. 롯데백화점 본사 소속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갈 계획이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일부는 협력사 결정에 따라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이날이 지나면 사실상 실업자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4층에서 만난 한 직원은 "회사(협력사)에서는 더 두고보자는 말뿐이다"라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요즘은 만나면 서로 '너는 어디로 가니'라고 묻는게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일부는 실업급여나 퇴직금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 2층 아동복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몇몇 브랜드는 월급을 더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4대 보험 가입을 안 해준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중간관리자들도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가 대부분이어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읍소했다.


대다수 직원은 대규모 실업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아동복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정부가 인천점 부지를 '백화점 용도'로 한정한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백화점은 매각가를 감정가의 절반으로 깎았지만 백화점 용도라는 조건 때문에 10차례나 매각에 실패했다. 그는 "이 자리는 아웃렛이 들어서면 최적의 조건이라는 게 이곳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무조건 백화점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영업종료 당일인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지하 2층의 한 신발 매장 모습.

영업종료 당일인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지하 2층의 한 신발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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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직원은 "오늘 모든 매장이 나가면 이곳의 인테리어는 모두 철거된다. 또 기존에 있던 상품도 일단 다 빼야 한다. 다른 유통 업체가 들어온다면 인테리어와 상품을 갖추는 것도 다 추가비용인데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느냐"며 "백화점 용도를 고집하지 않고 영업종료 이전에 다른 유통업체를 유치했다면 직원들의 고용도 승계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롯데가 최근 인수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이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고용이 대부분 승계됐다.


여성복 매장에서 만난 다른 한 직원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이 같은 대규모 실업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잊힌 존재가 됐다"며 "영업 종료 이전에도 농담 삼아 '모래알 같은 존재'라고 자조했는데 이렇게 실업의 위기를 맞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실업을 얘기하면서도 서비스업 종사자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는 직원의 모습이 더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롯데에 대해 섭섭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5층 남성복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일부 매장의 경우 당분간 1층과 2층에 모여 정상 영업을 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어떻게 되는 지 롯데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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