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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③이동식 원전, 해상원전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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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그항을 떠나는 해상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그항을 떠나는 해상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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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과의 경제협력 관계는 지금보다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과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할 때 언제나 앞서 논의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의 전력 지원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이럴 때 아쉬운 것이 '발전선(發電船)'입니다. 우리에게 발전선이 있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북한에 발전소와 송전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발전선을 필요한 곳에 바로 보내 전기를 공급해주면 되니까요. 사실 우리 역사에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남한에 발전소가 없을 때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았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전기를 끌고 왔을까요? 미국에서 건너온 발전선이 이 문제를 해결해줬습니다. 한국전쟁 때 부산항에 정박해서 남한에 전기를 공급해주던 '자코나호' 등 미국의 발전선 8척은 1951년 당시 남한 전력의 56.4%를 공급했다고 합니다. 70여 년 전의 발전함의 발전용량도 이 정도였는데 요즘의 발전함은 어떨까요?


발전선은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대용량의 발전소를 갖춘 배입니다. 항구에 정박해서 전선만 연결해주면 배 위의 발전기를 가동시켜서 전력을 공급하는데 오래 전부터 전쟁이나 불모지 개척 등 특수 상황에서 사용해왔습니다. 요즘은 발전선도 '원자력발전선'이 대세입니다. 그래서 바다 위의 원자력발전소란 뜻으로 '해상 원전'이라고도 불립니다.

한국전쟁 때 미국의 발전선 8척은 1951년 당시 남한 전력의 56.4%를 공급했다고 합니다. 사진은 부산항에 정박 중인 '자코나호'의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한국전쟁 때 미국의 발전선 8척은 1951년 당시 남한 전력의 56.4%를 공급했다고 합니다. 사진은 부산항에 정박 중인 '자코나호'의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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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상 원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이 지진과 해일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라리 발전소를 해상에 띄워 놓자는 오래된 아이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이 더욱 강화돼 안전성이 높아졌지만 그에 따른 고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다 위에 발전소를 띄워 놓으면 지진으로 인한 땅의 진동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거대한 쓰나미도 타넘을 수 있으며, 부지 확보를 위한 부담도 줄어 건설비용도 낮아집니다. 지진과 해일의 영향은 피하면서 바닷물로 자연냉각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해상 원전은 바닷물이 원전의 철재 구조물이나 부품을 더 빨리 녹슬게 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자코포 본지오르노 교수가 원유시추플랫폼을 본떠 제안한 '해상원전플랫폼'입니다. 이런 형태는 아직 건설되지 않은 미래의 해상 원전입니다.


현재 가동 중인 해상 원전의 대표격은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입니다. 이 발전선은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그항에서 진수됐는데 잠수함의 원자로를 탑재한 바지선입니다. 다른 배가 끌어야 이동할 수 있지요. 러시아는 2000년부터 이미 북해 연안의 소도시 세베로드빈스크를 중심으로 활약 중인 발전함이 있었습니다.


원자력잠수함용 원자로인 KLT-40S를 탑재한 발전선입니다. 전기가 필요한 러시아의 북해 연안 도시들을 누비면서 이동식 발전소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가 추가로 투입된 것이지요. 그 만큼 국토가 넓고 불모지가 많은 러시아는 이동식 원전을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중도에 포기했던 이동식 발전선의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

우리나라가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중도에 포기했던 이동식 발전선의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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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런 해상 원전의 안전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테러나 침몰과 같은 사고에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박 자체가 폐쇄된 공간이라 보안면에서 더 유리하고 원자로도 잠수함용을 개조한 것이라 침몰하더라도 방사성물질 유출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로 해상 원전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1968년부터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함인 MH-1A호 등 여러 척을 운영해왔고, 중국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긴 하지만 남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에 이동식 원전인 해상 원전을 건설할 기술을 갖췄습니다. 일본은 이미 발전선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자력이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바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형태의 발전선 개발을 추진했던 적이 있지만 중도에 포기한 전력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원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동식 원전 기술, 즉 해상 원전 기술이 필요합니다. 핵연료만 제외한 상태에서 국내조립 후 세계 어느 해안이든지 빠른 시일내 설치할 수 있는 미래 원전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조선과 원전 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입니다. 해상 원전 기술도 그다지 뒤처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육지에 있는 원전을 바다로 옮긴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을까요? 환경오염과 미래의 재앙이라는 측면에서보면 정답이 없겠지요. 그러나 산업적·평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장점도 함께 보이게 됩니다.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로 살리는 것만이 미래의 원전, 해상 원전이 나아갈 방향일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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