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사고 느는데 '면허 반납제' 시행은 극소수
[아시아경제 전진영 수습기자] "반납하면 돈 준다던데, 안줍니까?"
지난 25일 80대 민원인 A씨는 운전면허를 반납하기 위해 서울 종암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A씨는 "반납을 할 수 있지만 보상을 주는 제도는 없다"는 경찰 대답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돈을 준다는 이야기가 노인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며 "반납하고 보상을 받으려고 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해마다 증가하는 고령운전자 유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가 거론되고 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보상을 지급하는 이 제도는 고령운전자의 면허 반납에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면허 반납은 거주지 인근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할 수 있지만, '보상'을 지급하는 곳은 부산과 경북 포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뿐이다. 서울에선 양천구 달랑 한 곳이다. '보상이라는 유인만 있다면' 면허를 반납하겠다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만275건이던 것이 2017년 2만6173건으로 30% 넘게 늘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필연적 현상으로 보인다. 이에 면허 자진 반납제는 효과적 대안으로 꼽힌다. 부산 등 지자체에서 제도를 시행한 이후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 수는 2016년 1903명에서 2018년 1만1913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는 이 제도를 선제적으로 시도한 부산시의 기여가 컸다. 부산시는 지난 2016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카드와 복지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자의 44%인 5280명이 부산에서 나왔다. 지난 1월 서울 양천구에서도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선불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고, 한 달 간 고령운전자 179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이달 초 면허 반납을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 발길을 돌린 69세 B씨는 "아직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사고가 많이 난다니깐 면허를 반납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아무 대안이나 보상 없이 노인네란 이유만으로 반납하라는 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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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 의회에 발의된 조례가 통과 되면 내년부터 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서울시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전국 지자체에서 인센티브 제도 확대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며 "전국적 확대를 위해 법안 개정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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