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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갤러리 산책] 위안부 할머니 그린 '연필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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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 작가 첫 개인전 '갇힌 슬픔', 내달 1~7일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

[박병희의 갤러리 산책] 위안부 할머니 그린 '연필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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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까만 안경테 속 선명한 까만 눈동자.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흰 주름과 잔머리털. 앙다문 입술과 얼핏 숨어있는 온화한 미소. 작가 한영미(52)가 그린 김복동 할머니다. 할머니의 삶이 잘 녹아있다. 까만 눈동자와 앙다문 입술이 강단 있는 삶을 표현했다면 얼핏 보이는 미소는 평소 할머니의 따뜻하고 인자한 모습을 담았다. 할머니는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보냈다.


한영미의 눈길은 낮은 곳을 향한다. 고통 받은 사람들의 감정에 관심이 많다. 2년여 전 연필 드로잉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고부터 평소 관심이 많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그렸다. 2016년 7월부터 그리기 시작해 모인 작품이 열여덟 점. 내달 1~7일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하는 '갇힌 슬픔'에서 선보인다. 쑥스러운 첫 개인전.

"전시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는데 2년여를 그리다 보니 작품이 어느 정도 모였고, 첫 개인전을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었다."


원래 시인을 꿈꿨다.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몇 차례 공모전에서 낙방했다.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7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몰두할 대상이 필요했다. 무작정 문화센터에 등록해 그림을 그렸고 푹 빠져들었다. 수채화만 그리다 2016년부터 연필을 손에 쥐었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봤을 때 연필 드로잉의 무채색이 가장 진하게 나타났을 때 그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연필의 암흑적인 부분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다."

흑백의 음영이 주는 느낌은 번잡하지 않다. 그래서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 흑백의 음영으로 표현한 할머니의 주름은 백지 같던 소녀 시절 닥친 불행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연필 그림이 대상이나 존재를 파고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수채화는 여러 겹의 색깔과 채색 단계가 있어 다채로운 반면 연필은 색이 없어 단순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려보니 굉장히 많은 테크닉이 있고 인물이나 대상이 주는 느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이수단 할머니, 박대임 할머니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을 꼽았다.


"수채화와 달리 연필 드로잉은 다큐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 생략하고 단순하게 그리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오랫동안 원본 사진을 보고 또 보게 된다. 위안부 할머니가 서 있는 뒷모습을 오랫동안 계속 보면서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이수단 할머니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은 갇힌 슬픔의 팸플릿 사진으로 쓰였다. 그 그림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시도 팸플릿에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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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의 눈길은 계속 낮은 곳을 향한다. 그는 두 번째 개인전의 주제로 북성포구를 잡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북성포구를 그린 작품 네 점을 전시한다. 이번에 전시하는 스물아홉 작품 중 수채화가 두 점인데 하나가 북성포구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제19회 계양미술대전에서 일반부 수채화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북성포구는 개발이 안 돼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이다. 자주 가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파시가 열리 곳인데 개발 계획이 잡혔다. 일부 사람들이 북성포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이다."


연필 드로잉 중에는 프리모 레비를 그린 작품도 있다. 프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 화학자 겸 작가다.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겼다.


작가는 갇힌 슬픔 전시를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평범한 삶을 원했지만 큰 고통을 받은 분들이다. 위안부 할머니를 그렸다고 하면 정치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에서는 그 분들의 고통에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를 계속 그리겠다고 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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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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