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강진형 기자aymsdream@

19일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강진형 기자aymsdre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한 중소 가전 제조·유통기업에 다니던 김서연(가명·28)씨는 얼마 전 퇴사했다.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올해부터 공휴일 휴무를 개인 연차로 대체해 연차 휴가를 쓸 수 없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설, 추석 연휴 등 각종 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연차유급휴가대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야만 실시할 수 있는 제도지만 김씨는 이같은 내용에 합의한 근로자 대표가 누군지도 알지 못했다. 김 씨는 "올해부터 연차휴가를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실망했다"며 "노동 제도 등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회사 내에서의 개선은 없을 것 같아 퇴사하고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근로자 대표'가 노동 정책 변화의 한 가운데 섰다. 특히 최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개선위원회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전제로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면서 근로자 대표 관련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기간에 주당 최대 64시간을 근무하고, 바쁘지 않을 때 근무 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 유지하는 제도다. 현행 단위기간은 유형에 따라 2주, 3개월로 구분돼 있다.

위원회는 합의안에서 "탄력근로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도입한다"며 "이 경우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고려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는 이를 따른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기업에서 근로자 대표는 '깜깜이 대표'에 그친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근로자들은 근로자 대표로 누가 선출됐는지, 어떻게 선출됐는지 모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과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동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 대표가 된다고 정할 뿐 구체적인 선출 방식과 자격을 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가입률이 10%안팎에 불과한데다 회사가 지명하는 이가 근로자 대표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16년 기준 국내 전체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10.3%에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은 노조를 대신하는 기구인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는 335곳 중 25.6%(96곳)는 회사의 지명ㆍ추천을 통해 근로자위원을 뽑았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이 노조가 결성되는 비율이 낮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탄력근로제 등에서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다.

AD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권한은 근로자 대표에게 몰리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비롯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보상휴가제, 간주근로제, 재량근로제도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의 박성우 회장은 "노조가 결성되지 못한 사업장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대표는 회사에서 임의로 정하는 등의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권한은 많아지고 있다"며 "(탄력근로제는)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하면 일주일에 최대 64시간까지도 초과해서 일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를 6개월 확대하면 3개월을 내리 주 64시간씩 일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