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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회사채로 쏠린 시중자금…경기 악화가 불러온 아이러니

최종수정 2019.02.18 13:49 기사입력 2019.02.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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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구매 대금·인수합병 자금 등 발행 목적도 다양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선 것은 무엇보다 회사채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기업실적이 악화된 데다 주식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 발행이 가장 좋은 자금조달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거나 운용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갈길 잃은 자금, 회사채로 몰려= 18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배경으로 낮은 금리와 시장 유동성을 꼽는다.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낮은 금리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국공채보다는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금리(무보증 3년, 신용등급 AA- 기준)는 지난해 7월16일 2.741%였던 것이 이달 15일에는 2.231%로 51bp 떨어졌다.


국고채 금리도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하락 추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연내 금리를 두 차례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도 금리 인상에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으로 바뀐 상황이다. 연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1년전에 비해 약 50bp 떨어졌다. 같은 기간 5년물 국고채 금리는 60~70bp, 10년물은 70~80bp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길수록 국고채 금리 하락 폭이 커졌다"면서 "그만큼 만기가 긴 장기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시중자금도 회사채 발행에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거듭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시중자금이 빠져나오고 있고, 주식시장도 약세장 속 반등세를 일컫는 '베어마켓 랠리'를 구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에는 회사채가 가장 좋은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에 예상 외로 투자 자금이 많이 몰리자 계획한 금액보다 더 많은 회사채를 발행한 경우도 늘고 있다. KT는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기관자금 1조5000억원이 투자의사를 밝혀 채권 발행액을 5000억원으로 늘렸다. 차입금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지적돼 오던 CJ제일제당도 미국 쉬안스 인수자금 6000억원을 조달하는데 1조5000억원의 투자수요가 들어왔다. 금리 등 조건이 좋아 회사채 발행액을 7000억원으로 증액했다.

회사채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BBB급 기업의 회사채 증액 발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BBB)는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투자 수요가 넘치면서 88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이후 다른 기관들이 회사채 추가 발행을 권유하면서 별도로 사모채를 발행해 5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회사채로 쏠린 시중자금…경기 악화가 불러온 아이러니

◇자금조달 용도도 다양해져=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여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년에는 주로 차입금 만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다면 올해는 원자재 구매 대금, 인수합병(M&A)용 자금 등 운영과 투자 용도의 자금 조달이 늘어났다.


한 증권사 채권부문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기존 차입금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경영에 필요한 여유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용도가 대부분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린 것도 여유자금 확보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와 SK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1~2월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원유 등의 원재료 구매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SKC는 반도체용 마스크와 투명필름 생산설비 투자에 자금을 투입한다. LG전자도 차환과 원자재 구매자금 용도로, LG유플러스는 LG전자와 삼성전자에 휴대폰 단말기 대금을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고 풍부한 기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로 몰려들었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악화 가능성이 기업들 자금 조달에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경기 악화로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은데다 연초에 미리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하반기로 갈수록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면서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가 연중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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