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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청춘의 아이콘에서 세상을 바꾸는 등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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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의 변호사역 정우성

[라임라이트]청춘의 아이콘에서 세상을 바꾸는 등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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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아이스버킷챌린지·입양문화 캠페인 등 목소리 자주 내

사회문제 적극적 동참이 자신 삶·세상 바꾸는 계기 되길 희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양순호(정우성).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임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아스퍼거 장애(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고 관심 분야가 한정되는 특징을 보이는 정신과 질환)를 안고 태어난 소녀는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며 접근하는 낯선 아저씨를 경계하다가 뜻밖의 질문을 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우성은 이 물음에서 큰 울림을 느껴 영화 '증인'에 출연했다. "누구나 할 법한 질문이지만, 그 의미가 크고 무거워요. 순수한 사람이 그렇게 묻는다면 자신에게 다시 질문하고 곱씹게 하죠. 증인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어줬으면 좋겠어요."

정우성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본다. 구태의연하게 영화를 대하던 30대 시절을 복기하며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깊게 고민한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느끼는 삶의 행복과 영화에 관한 신념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난민 문제' 등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에도 올곧게 자기 목소리를 낸다. 제주 4ㆍ3 동백꽃 배지 캠페인, 소방관 GO챌린지, 아이스버킷챌린지, 노플라스틱 챌린지, 입양문화 개선 캠페인, 공영방송 노조파업 지지, 친일 역사청산 문제까지 사회적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간다. 최근에는 청년과 기성,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에 관한 문제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적극적인 동참이 자신의 삶을 바꾸는 동시에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죠. 사회에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니까요. 때로는 내가 한 말이 정당하고 정의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시대와 세대가 바뀌면서 더는 그런 방향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걸 두고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고,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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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정우성과 양순호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양순호는 임지우의 순수한 세계를 이해하면서 현실과 타협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 모습을 담아내는 카메라 또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보다 인간 사이의 교감에 주목한다. 정우성은 따뜻한 접촉을 표현하면서 좋은 사람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나 사람 사이에서 스스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요. 촬영장에서 그날 해내야 할 신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대충 연기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촬영장에서 그런 실수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대중 앞에서 한 말도 자주 곱씹어요. 내 의도를 제대로 전했는지, 온전하게 표현했는지 생각해보죠. 한 번씩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예요."

생각을 거듭하면서 연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신의 한 수(2014년)', '아수라(2016년)', '더 킹(2016년)', '강철비(2017년)', '인랑(2018년)' 등에서 그려온 선 굵은 표현은 증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일상적인 삶을 기본 바탕으로 시종일관 사람 냄새를 낸다. 어떻게 연기하겠다고 준비해서는 나타낼 수 없는 기운이다. 시나리오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양순호는 리액션이 중요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김)향기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거기에 맞춰가려고 노력했죠. 조금 더 자유로우면서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상대의 말, 표정, 숨소리에 맞춰 표현할 수도 있지만, 상황과 다른 리액션으로 색다른 표현을 유도할 수 있거든요. 연기하면서 일상적인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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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한때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조각 같은 외모와 다양한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대중은 여러 가지 수식어로 그를 규정해버리거나, 그것이 주는 장점에만 열광하기도 한다. 정우성은 그 틀을 깨고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아간다. 스크린 밖에서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며 내적으로 성숙한다. "내가 입고 싶은 옷과 나한테 어울리는 옷은 분명히 달라요. 한껏 멋을 내면 사람들이 멋있게 봐줄 수 있죠. 연기에서 그런 외형적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해요. 관객이 배역을 받아들이는데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어떤 옷을 입었을 때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어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을 깨고 배역의 본질을 관객에게 잘 전달했을 때가 그렇죠. 오랫동안 편견을 온전한 나로 바꾸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런데 내가 남을 판단하기보다 누군가가 나에게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아요. 나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다수이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니까 그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돌아올지 모르는 듯해요. 다른 사람의 시각을 스스로 극복해서 이겨내야 한다는 자세로 삶을 살게 된 이유에요."


정우성은 이 같은 행보를 후배들이 따라와 주길 바란다. 스타라는 수식어에 가려 그들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말대로 스타는 누구의 것이 아니다. 일종의 현상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객관화해서 보려고 했죠. 어떤 수식어도 나를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 안에 있는 본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 노력이 결국 배우를 완성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아닐까요. 인간으로서 삶을 완성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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