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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과 받고 싶다”…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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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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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죽기 전에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끝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는 받지 못했다.

29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전날 오후 10시 41분 별세했다.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할 예정이다.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한 김 할머니는 15살이던 1940년 일본군에게 속아 위안부로 끌려갔다. 이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끌려다니다가 8년 만인 1947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특히 김 할머니는 1992년부터 국제사회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음 고발하며 주목받았다.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했고, 1993년 6월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2000년에는 일본군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참여해 실상을 문서로 증언하기도 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 같은 행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본인의 이름을 딴 ‘김복동의 희망’ 장학재단을 만들어 분쟁지역 아동과 전쟁 중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인권 운동을 이어갔다. 또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함께 지낸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나비 기금’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후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을 수차례 방문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의 해외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5년 이후에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규탄하며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김 할머니는 기부 활동도 활발했다. 2015년 6월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17년 7월 재일 조선 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 ‘김복동장학금’을 전달하고, 2017년 8월에는 사후 남은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정도 맺었다. 2017년 11월에는 포항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1000만원을 후원하고, 여성인권상금 5000만원을 기부해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한 ‘김복동 평화상’을 제정했다. 지난해에도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하고, 올해 1월에는 ‘바른 의인상’ 상금 500만원을 재일조선학교에 후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9월 암 투병 중에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그는 병상에서 “(재단 해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라며 “이제 남은 것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하는 일이다.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는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이었다”라면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온 인권 평화 활동가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 김 할머니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29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며 2월 1일 발인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오전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 할머니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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