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수첩 속 암호체크…梁 구속 스모킹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사법부 블랙리스트 'V' 표시
이규진 수첩에 적힌 '大'자
김앤장 독대문건 주요증거
사법농단 기획·주도 암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사법농단피해자연대 회원들이 '양승태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사법농단피해자연대 회원들이 '양승태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너무도 분명한 증거 앞에서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것을 보면서 영장발부를 결심한 게 아닐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한 법조계 관계자의 평이다. '수치'와 '모함'이라고 항변하고 결정적 증거 앞에서는 '거짓말'과 '조작'이라고 반박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가 사법농단을 기획하고 직접적으로 실행한 '핵심 행위자'라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피해갈 수 없는 증거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울 수 없는 'V', '大'=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며 검찰이 내세운 결정적 증거는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체크된 'v'자, '이규진 수첩'에 적인 '大'자, 그리고 양승태와 김앤장의 '독대 문건'이다. 이 증거들을 통해 그가 단순히 지시하고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일을 직접 주도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법농단 수사의 시발점이 됐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학술단체 소속 법관들을 사찰했다'는 내부 문제제기는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판사에게 불이익을 줄 지 직접 v자 체크를 한 문건을 확보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들을 사찰하거나 좌천시키는 등 부당한 인사 조치를 검토ㆍ지시했다는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지내면서 각종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와 보고사항을 3권의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검찰은 이 수첩에서 大자로 표시된 부분이 양 전 대법원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김앤장 독대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과정에 직접 개입한 중요 증거가 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가 이 재판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전범 기업의 소송을 대리했던 김앤장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논의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규진 업무수첩의 大가 사후에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고 후배 법관들의 진술은'거짓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오히려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 지시 아닌 주도자=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은 사법농단 의혹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핵심 주도자라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앞서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보강수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혐의에 직접 개입한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핵심 범죄혐의들에서 단순히 지시하고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증거에서 확인돼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 전 대법관에 대한 두 번째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도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을 주도한 것으로 보는 법원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임종헌(구속)-박병대-양승태'로 이어진 지시ㆍ보고라인에서 중간고리인 박 전 대법관을 제외하고도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양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국민들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게 입증됐는데,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사법부 수장의 구속에 대해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