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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얼굴 없는 천사' 또 성북구 월곡2동에 쌀 300포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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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7시 미담 300포 실은 트럭 도착...성북구 월곡2동, 9년째 쌀 300포 기부 얼굴 없는 천사(총 2700포, 시가 1억5000만원 상당) “어려운 이웃에 전해 달라” 전화 딱 한 통!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9년 간 매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 300포를 기부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가 또 일을 냈다.

2019년 기해년에도 어김없이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20kg 포장쌀 300포대가 도착했다. 2011년부터 9년째로 지금까지 총 2700포, 싯가 1억5000여 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번에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가 다였다. ‘올해는 혹시나…’ 하며 천사가 정체를 드러낼까 기대하던 주민들은 아쉬움 반, 미소 반으로 “못 찾겠다, 꾀꼬리!”하고 포기를 했단다. 쌀을 기부하기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는 2020년에는 천사가 정체를 드러낼지 모른다며 조심스러운 예언을 하는 주민도 있다.

무엇보다 9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눔을 하는 천사의 ‘한결같음’에 월곡동 주민들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한 두 해의 이벤트로 예상했던 주민센터 직원들도 9년 동안 얼굴 없는 천사의 미담(米談)이 이어지자 감동을 넘어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새벽에 출근해 20kg 포장쌀 300포를 나르는 대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즐거운 고생이라고 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천사가 보낸 쌀을 나르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천사가 보낸 쌀을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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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서 주민,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9년 동안 반복되자 아예 주민센터로 문의해 쌀을 나르기 위해 찾아오는 주민도 있다.
뿐 아니다. 얼굴 없는 천사를 따라 나눔에 동참하는 주민도 늘었다.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쌀과 금일봉은 물론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지역 어르신 100명은 1인당 1만원씩 마음을 모아 성금 100만원을 보태기도 했다.

'1만원씩 100인 어르신 나눔 참여'를 주도한 김정자 어르신(75, 월곡2동)은 “동네에서 홀로 사는 노인 대부분은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면서 “마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고령자로서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만원씩 모으기를 했다”고 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종종 현장에서 만난 소외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다며 호소할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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