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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캄캄한 카풀 사태…정부·택시·카풀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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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타이밍 고르는 택시 업계
정부는 "택시산업 개혁 '골든타임'"
카풀업계는 '수익화 안착 시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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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승차공유(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카풀 원천 금지를 외치는 택시업계, 수익화를 통해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카풀업계, 교통 서비스 개선이 목표인 정부 등 각자의 이해가 얽힌 채 한 해를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양보와 타협을 요구할 정도로 '교통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생존권 위협' 주장 택시업계…분신에 사망까지=차디찬 겨울에 또 한 명이 화마에 휩싸여 숨졌다. 택시기사 임모씨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을 시도한 뒤 숨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범 운영중인 카카오T 카풀 서비스에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0일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국회 앞이었다. 택시기사 최 모씨는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기 바란다"며 "카풀이 제지되는 날까지 나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해 사망했다.

이토록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것은 '생존권 위협'이다. IT서비스로 무장한 기업들이 내놓은 카풀 서비스가 출시되면 택시는 경쟁에 밀려 고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택시기사 사납금 폐지 및 월급제 도입 및 면허 매입 등의 지원책을 준비했다. 택시업계가 복지재단 설립, 정책연구 등을 위해 100억원대 기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카풀업계가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이를 모두 뿌리치고 전면 협상 거부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8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위한 사전 간담회에도 돌연 불참했다. 이후 여당과 정부 측이 수 차례 접촉하며 협상에 참여하라고 설득했지만 카풀 서비스 중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서는 택시 내부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사납금 폐지 및 월급제 시행, 면허 매입 등의 지원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법인택시를 운영하는 이들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사납금으로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만 월급제를 비롯해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비용이 들기 시작하면 수익 감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된 지원책 수준으로는 이전 수준의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택시 측이 택시단체 중 가장 입김이 센 상황아래 시간을 끌면서 협상의 우위에 선 뒤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 "택시산업 발전 '골든타임'…이 기회에 바꿔야"=정부는 이번 기회를 택시 산업의 자생력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 열악한 고용조건, 공급 과잉 시장, 낙후된 시스템 등 쇠락하는 택시업계를 쇄신할 기회로 보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은 채 가격만 오르는 택시에 대한 불만이 크다. 버스와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이 촘촘히 깔리고 심야 운행 등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택시 이용율도 하락세다. 통계청의 대중교통수송분담율 통계에 따르면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7년 6.6%에서 2016년 2.9%로 떨어졌다.

정부는 카풀 갈등이 택시산업에 자생력을 불어넣고 공유경제 혁신을 이뤄낼 기회로 보고 있다. 현 정부가 '혁신'을 내세울 때마다 공유경제가 거론됐지만 숙박공유 등과 달라 승차공유 분야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1년 동안 진행한 '해커톤'에도 택시업계는 끝내 불참했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택시 산업을 본격적으로 개선하며 운송분야 공유경제를 안착시키겠다는 포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카풀 갈등 해법으로 브랜드 택시 도입 방안을 주장했다. 요금은 더 비싸더라도 서비스는 우수한 브랜드 택시를 도입하는 한편 다양한 요금대의 상품군을 선보이며 대대적으로 택시분야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벌어야 하는데"…속타는 카풀업계=업계 대표격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카카오드라이버 등 카카오가 구축한 교통사업분야를 총괄하며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카카오T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넘을 정도로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수익화는 아직 미진한 상태다. 풀러스 등 다른 카풀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출범에 참여한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실적 압박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시키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TPG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30.3%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지분 70% 가량을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자금이 들어간 이상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택시기사 이탈로 기존 수익모델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카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명운을 건 사업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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