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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한미군 없는 한반도 대비할 때

최종수정 2019.01.04 11:30 기사입력 2019.01.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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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한미군 없는 한반도 대비할 때
지난 한 해 남북 관계는 괄목할 만한 대진전을 이뤘다. 올해엔 잠시 답보 상태에 빠진 북ㆍ미 간의 협상도 돌파구를 찾으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북ㆍ미 간의 협상에서 항상 우려되는 것이 주한미군 문제다. 북ㆍ미 간 적대 관계 청산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것이 주한미군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을 의식해 통상적인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국민 사이에 불안감이 번지자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동맹의 문제이지 남북 간의 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도 있었다.

잠시 잊혔던 주한미군 문제는 지난해 말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에 반대하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경질되면서 다시 떠올랐다.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 2000명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의 절반가량을 철수시킨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정에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근거로 맞섰던 동맹론자의 퇴진이었다.

미군은 세계 곳곳에 파병돼 있지만 실제로 1000명 이상의 지상군 전투 병력이 주둔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독일, 이라크 등 10여개국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에는 미 육군과 공군이 주축이 된 주한미군이 한국전쟁 이래로 계속 주둔해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원을 50% 인상하고 그것도 해마다 인상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현재 절반 이상의 주둔 비용을 대고 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가 우리 측 입장이라면 100% 부담하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 계산이다. 동맹 관계를 금전 거래와 동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인지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자칫 협상이 결렬되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주한미군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굳이 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면 주일미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더라도 별다른 국민적 저항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미 의회와 동맹국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면 돌파하면 된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싱가포르 정치 협상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해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절반을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 미국인은 극소수다.
올 한 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이 과연 자신들의 국익에 보탬이 되는지와 존속 여부를 계속 저울질할 것이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안보적 가치라든가 동맹 간의 신뢰와 결속보다는 비용 절감이라는 경영 원칙에 골몰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있다. 섣불리 주한미군을 철수해버리면 김정은 정권에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지적에서부터 동북아시아 안보 불안을 부추겨 일본의 핵 무장을 재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안보 논리와 동맹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득시킬 만한 신중한 인물들이 그의 행정부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불안감을 더한다.

더 큰 문제는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 국민과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 정권의 오판을 막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라도 오랜 세월 인계철선 역할을 해온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줄 것인가, 아니면 자주 국방의 기치를 내세워 정중하게 거절하고 장차 주한미군 없는 한반도를 대비할 것인가?

김헌식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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