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본확충펀드 1년5개월 만에 종료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부실기업 구제를 위해 조성됐던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가 도입 1년5개월 만에 종료됐다. 펀드 도입 이후 대출 실적이 하나도 없을 만큼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부의 무리한 요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자본확충펀드를 사실상 폐지했다. 올해 연말까지 연장여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안건에 올리지 않아 자동 종료됐다. 지난해 7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자본확충펀드를 도입한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자본확충펀드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 업체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들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에 대비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앙은행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잇따랐다.
이에 한은은 기업은행에 10조원 가량을 대출하고 기업은행이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위기시 산업은행 등에 출자하는 일종의 우회지원 방식을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펀드가 출범됐다. 대출기간은 건당 1년 이내로 정해졌고 계속 지원 여부는 매년말 금통위 논의로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펀드가 도입된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대출실적은 0원이다. 산은이나 수은 등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책은행들이 전혀 대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펀드가 무분별한 지원 요청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가 실세금리보다 높았고 대출시 금통위원들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캐피털 콜'의 방식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실제 수은 같은 경우는 연초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는 등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하지 않았다.
최근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구조조정도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자본확충펀드가 도입될 당시와 현재 분위가 많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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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2.81%며, 산업은행은 15.39%로 크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자금부족은 우선적으로 정부 재정이나 시장조달로 채우는 것이 맞다"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논란의 여지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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