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중동을 가다②]홍해연안서 비키니…관광빗장 푸는 사우디
내년 1분기 일반 여행객도 관광비자 발급 허용
왕세자 개혁·개방정책 관광산업진흥 적극 투자
2020년 관광특구 설치…관광인프라 개선 기대감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사우디 방문은 처음인가요?"
이태원에서 구입한 아바야(전신을 가리는 검은색 망토)를 부랴부랴 꺼내 입은 기자에게 리야드 공항 입국심사대 직원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리야드에 도착한 기자는 같은 중동이라도 사우디 분위기는 천지차라는 현지인의 조언을 곧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우디인은 남녀가 철저히 따로 앉았다.
이들은 혼자 돌아다니는 동양인 여성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고, 기자는 따가움을 느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우디를 찾는 서양 남성들은 흔하지만, 혈혈단신 여성인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사우디에서는 일반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용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기자는 현지 기업 도움으로 어렵사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은 비자 발급의 제약 요소로 작용했다. 비자 발급을 위해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사우디비자센터를 방문해야 했는데, 수십명에 이르는 비자 발급 요청자 중 여성은 기자가 유일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조금 바뀐다. 사우디가 내년 1분기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로 하면서 여행 제한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간 이슬람 성지 메카를 찾는 무슬림들 대상으로 성지 순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는 것이다. 사우디인들이 외국인을 신기하게 보듯, 사우디가 신기한 전 세계 여행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당국은 현재 비자 취득 요건과 발급 방법 등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만드는 중이다.
사우디가 석유 왕국 탈피를 선언하고 관광산업 진흥에 전격 나섰다.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개혁ㆍ개방정책 '비전 2030' 프로젝트 일환으로 관광 비자발급을 허용하면서 현지인들 사이 외국 관광객 유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리야드 소재 IT개발사에서 근무하는 김도형씨는 "그간 외국인 관광이 제한적이다보니 주말에 쇼핑몰이나 전통시장 외 딱히 갈 곳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외국인 관광이 늘면 관광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홍해 연안에 비키니 수영복과 음주가 가능한 관광특구를 2020년까지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매년 250억리얄(약 7조2115억원)을 관광산업 진흥에 투자해 관광업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를 현재 4.9%에서 5.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비키니 착용이나 음주가 실제 가능해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문화적 거부감이 2년 내 사라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호텔에 묵으며 수영장 이용법을 물었던 기자는 "전신수영복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단호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사우디에선 음주도 불법이기 때문에 '무알코올 맥주'로 대신해야 한다. 현지에서 만난 40대 여성 룰루씨는 "비키니가 허용되더라도 엄격한 율법 때문에 외국인을 제외하고 현지인 남녀노소가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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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만난 왈리드 알 바흐리씨는 "홍해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라면서 "다음에 사우디에 다시 오면 황무지 같은 사막과 코발트색 바다를 꼭 관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우디 젊은이들은 관광비자 발급 소식을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개혁ㆍ개방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2025년까지 서북부 지역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미래형 복합도시 '네옴' 1단계 건설 사업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업을 통해 오는 2020년에는 연간 668억리얄(약 19조 272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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